자고 나면 오르는 증시 코스피가 출범 34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2,400 선을 돌파했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직원이 장중 최고치 기록(2,402.80)을 확인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자고 나면 또 오른다. 언제까지 오를지 궁금하다.’
코스피가 29일 장중 한때 2,400 고지를 돌파하면서 증권가에서 터져 나온 반응이다. 코스피 2,400 시대를 열어준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하반기에도 외국인투자자의 향방이 주가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입돼 코스피가 2,500 선을 잇따라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국제유가 등은 불안 요인이다.
○ 박스피 탈출 이끈 외국인
올해 들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사들이며 코스피의 박스권(1,800∼2,200) 탈출을 이끌었다. 29일에도 외국인은 서울 유가증권시장에서 999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하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9조3600억 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기관이 8조4000억 원, 개인은 4조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것과 상반된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여전히 한국 주식이 싸다는 점이 외국인투자자에게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신흥국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처럼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경상수지와 무역수지가 흑자인 나라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그동안 코스피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개인투자자도 상승세에 대한 의심을 떨치고 강세장에 가담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1조3346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고점을 돌파할 때마다 차익 실현 매물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꾸준히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얘기다.
○ 2,500 선 돌파도 눈앞에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가 2,400 선을 돌파하면서 코스피 2,500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요 기업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두고 있어 증시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며 “추가 주가 상승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올해 코스피 전망치를 올려 잡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은 올해 코스피가 2,600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 상승랠리를 이끈 정보기술(IT)과 금융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코스피 상승세를 타고 주식 거래가 늘고 기업금융·트레이딩 부문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증권 업종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하반기(7∼12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보유자산 축소를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불안한 국제유가 등은 상승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은 이미 예견됐다. 여기에 더해 유럽도 금리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7월부터 시작하는 2분기 기업실적 발표로 증시가 단기적인 조정을 거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강세장은 내년까지 이어지겠지만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그동안 주가 상승이 실적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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