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 함께 카본블랙시장 진출… 서산 공장 10월말 1단계 준공
非정유사업 확장으로 고수익 효과… 2014년 유가폭락때 ‘나홀로 흑자’
내년 국내 정유사 첫 카본블랙 생산… 이익률 15% 예상돼 효자사업 기대
현대OCI 카본블랙 공장
지난달 26일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현대OCI 카본블랙 공장’ 신축 현장.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와 OCI가 51 대 49로 지분을 투자해 만드는 생산설비다. 9만2400m²(약 2만8000평) 부지에는 최대 44m 높이의 주요 생산설비가 모두 제자리를 찾아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원유 정제 후 남는 잔사유(찌꺼기 기름)를 이용해 만드는 카본블랙은 타이어 고무 강화제나 잉크원료 등에 쓰인다. 원료수송관과 전선 배설만을 남겨둔 6월말 공정률은 86%. 10월 말 1단계 준공을 마치면 내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0년에는 연간 15만 t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곳은 국내 4개 정유사 중 ‘막내’인 현대오일뱅크의 독특한 전략을 보여주는 공장이다. 바로 적극적인 합작을 통한 비(非)정유 사업 경쟁력 강화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2016년 비정유 사업에 2조4912억 원을 투자했다. 핵심은 파트너였다. 그러면서 일본 코스모, 네덜란드 쉘, 한국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파라자일렌 및 벤젠(현대코스모), 윤활기유(현대쉘베이스오일), 혼합자일렌(현대케미칼) 공장을 잇달아 설립했다. 현대OCI의 카본블랙 공장은 4번째 합작사다.
현대오일뱅크의 정제유를 활용하면서 합작 파트너의 화학기술력과 판매망을 이용하는 ‘윈윈 전략’이었다. 현대오일뱅크의 플랜트 설계 및 운영 노하우도 합작 성공을 뒷받침했다. 합작 공장 플랜트 설계를 담당해온 정임주 현대케미칼 생산부문장(상무)은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랜트 설계와 운영을 주무기로 삼고, 수익성과 기존 산업 연관성이 높은 석유화학 품목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까지 정유사업과 원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화학 원료물질인 나프타에만 집중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 상당량은 싼값에 보일러 원료나 선박유 등으로 처분했다. 하지만 석유제품의 정제마진이 줄어들자 고수익 사업에 눈을 돌렸다. 유가가 급격히 출렁일 때 회사 재무구조가 통째로 흔들리는 불안정성을 극복하려면 비정유 사업 확대가 절실했다. 최재혁 현대오일뱅크 사업지원팀 과장은 “유가 파고 속에서 정유 사업만 고집하는 건 ‘천수답’(빗물만 의존해 농사를 짓는 곳)처럼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2418억 원으로 전년(389억 원)보다 2000억 원 이상 늘었다. 전체 영업이익 중 비정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0’에서 지난해 23%로 뛰었다. 전체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1.7%에서 7.3%로 높아졌다.
현대OCI의 카본블랙도 든든한 효자 품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매출액은 2140억 원, 영업이익은 321억 원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 예상 영업이익률은 15%에 달한다.
이 공장은 1900도 이상 고온의 열분해 반응 과정에서 나오는 스팀을 인근 현대오일뱅크 공장에 팔고 폐열은 재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에너지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높여 수익성이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의 사업 다각화 전략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올해 초 “2020년까지 비정유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는 경영목표를 세웠다. 기존 목표치였던 30%보다 10%포인트 올려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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