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값 올들어 59% 급등… ‘반도체 황금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4일 03시 00분


삼성-SK 하반기 실적도 청신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램, 낸드플래시의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도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올해 상반기(1∼6월) 내내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짐이 나타났던 반도체 업계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에 안정적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더욱 밝아졌다.

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DDR4 4Gb 512Mb×8 기준)은 3.09달러였다. 지난해 12월 30일 1.94달러에서 6개월 만에 5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평균 고정거래가격(128Gb 16Gb×8 기준)은 4.22달러에서 5.55달러로 31% 올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신사업들이 상당량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 호황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평균 고정거래가격의 우상향 곡선이 꺾이지 않는 이유는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보다 높아서다. 스마트폰, PC 등 디지털 기기당 메모리 용량이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자동차, 드론, IoT 등 메모리 반도체가 적용되는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공급자는 적다.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가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낸드플래시 공급사도 삼성전자, 도시바, 샌디스크,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5개사에 불과하다. 후발주자와 기술격차도 벌어져 있어 치킨게임 우려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가동에 들어간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시 3D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전경. 사진은 가동하기 전 모습.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말 가동에 들어간 삼성전자의 경기 평택시 3D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전경. 사진은 가동하기 전 모습. 삼성전자 제공

가격 상승세가 가장 반가운 것은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모두 1위인 삼성전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5월 초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4∼6월)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증가한다면 삼성전자는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발표돼야 알겠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인텔을 넘어 글로벌 1위에 오를 디딤돌은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1993년 이후 24년간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다.

삼성전자는 1분기(1∼3월) 반도체 사업으로 6조3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7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증권가에서는 반도체(DS) 사업 부문에서만 8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본격 가동을 시작한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4세대(64단) 256Gb V낸드 양산을 시작하는 등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주도권을 지킬 기초 작업도 끝냈다. 이 공장은 삼성전자가 2년간 약 15조6000억 원을 투자해 마련한 글로벌 최대 규모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D램 2위, 낸드플래시 5위인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최대 빅딜 중 하나인 일본 도시바 메모리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컨소시엄에서 실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은 SK하이닉스뿐이다. 낸드플래시 원조인 도시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기회를 사실상 단독으로 얻은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6조290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거둔 SK하이닉스가 2분기에 곧바로 이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수요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 M14 2층 클린룸에 올해 3분기(7∼9월)부터 48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충북 청주에도 2조2000억 원을 투자해 23만4000m² 규모의 첨단 3D낸드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반도체#메모리#d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