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 씨(27)는 올해 초 휴가 때 차량 공유(카셰어링) 서비스로 경차 한 대를 빌렸다가 낭패를 봤다. 반납된 차량의 컵 홀더에 쓰레기가 남아 있었다는 이유로 업체 측이 5만 원의 청소비를 추가로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박 씨는 이 금액이 터무니없이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관련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다”는 업체 측 통보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냈다.
앞으로 카셰어링 업체들은 이 같은 ‘묻지 마 추가금’을 부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량 대여 10분 전에 계약을 취소하더라도 대여료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위약금 규정도 바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쏘카, 그린카, 에버온, 피플카 등 카셰어링 업체 4곳의 계약 약관을 심사해 16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고 3일 밝혔다. 카셰어링은 자동차를 10분 단위로 빌려 쓰는 서비스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카셰어링 회원 수는 올해 초 기준 48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시장이 됐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업체들이 차량 관리비·청소비 등의 명목으로 과도한 요금을 물린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공정위는 우선 위약금 관련 부당 약관을 대거 손질했다. 지금까지는 운전자 정보 허위 입력 등 이용자 잘못으로 계약이 중도 해지될 경우 업체가 대여료를 전혀 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남은 기간 대여료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게 된다.
‘이용 시간 시작 전 10분 이내에 예약을 취소하면 이용료를 환불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대여료의 30%를 위약금으로 공제한 뒤 환불한다’는 내용으로 바뀐다. 이용 시간이 지난 뒤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남은 기간 대여료의 70%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이용자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30만 원, 반납 시간을 넘기면 3만 원의 벌금을 내도록 한 조항 등도 불공정하다고 봤다. 사업자가 입은 손해에 비해 과도한 배상액이 책정됐다는 것이다.
차를 수리할 때 사업자가 지정한 정비업체만 이용할 수 있게끔 한 조항은 이용자가 사업자와 협의해 정비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뀐다.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고로 차량이 고장 날 경우 이용자 고의·과실이 입증될 때에만 배상 책임이 생긴다. 이에 따라 여름철 집중호우 등으로 차량이 물에 잠길 경우 이용자가 업체와 책임관계를 다툴 근거가 생겼다.
인민호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새로운 온라인 사업 영역인 카셰어링, 숙박·재능 공유 플랫폼 등에서 공정한 거래 약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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