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가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월 매출로 임차료도 못 낼 정도로 사업성이 악화됐다는 게 이유다.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다음 달 31일 제주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영업을 종료하겠다고 3일 공시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현재 월 매출(17억∼19억 원)로 임차료(21억 원, 연 250억 원)조차 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지속돼 더 이상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갤러리아는 금한령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을 들어 4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한국공항공사 측에 한시적인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산정된 임대료를 중간에 바꿀 수 없다는 이유였다.
2014년 갤러리아가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자로 선정될 때에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던 시기였다. 선정 당시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 ‘독점’ 비판 여론을 의식해 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는 발을 뺐다. 한화와 신세계 등 신규사업자의 경쟁이었다.
제주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 매출의 80∼90%는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올해 3월 중순 이후 금한령이 본격화되자 상황은 반전됐다. 4, 5월 제주공항의 출국 항공편수가 전년 월평균 800편대에서 200편대로 70% 이상 줄어들자 갤러리아 제주공항 면세점의 매출도 80%가량 하락했다.
갤러리아의 면세사업부는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인 갤러리아면세점 63을 개장하며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영업 손실이 불어난 상태였다. 여기에 금한령 사태까지 번지자 경영진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갤러리아 측은 “제주공항 면세점 철수 이후 기존 서울 시내면세점(갤러리아면세점 63)에 역량을 집중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는 곧 신규 사업자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면세업계에서는 롯데를 유력한 신규사업자로 보는 가운데 호텔신라나 신세계 등을 물망에 올리고 있다. 갤러리아 제주 면세점 이전에는 롯데가 제주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2014년 당시에는 롯데와 신라가 제주 시내면세점을 차지하고 있어서 독점 비판을 받았었다. 시장이 악화되니 다시 이들에 손을 내미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사드 보복 이전에도 면세사업자들은 공항면세점을 두고 복잡한 셈법을 해왔다. 공항면세점은 높은 임차료에 만성 적자가 예상되지만 홍보 효과, 유통 협상력 강화에 유리하다. 인천국제공항은 효과가 더 커 인기가 높은 편이지만 지난해 김포공항은 여러 차례 유찰된 바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김해공항 면세 사업권을 2년 만에 반납했다. 만성적자가 원인이었다. 최근에는 인천공항마저 유찰 사태가 빚어졌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패션 잡화구역(DF3)은 6번째 유찰된 끝에 최근 신세계로 확정됐다. 최근에는 공항에 적자 점포를 감내할 만한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면세업계의 설명이다. 시내면세점이 늘어나 공항면세점의 우월적 지위도 약화됐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만약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입점 매장이 외부 충격으로 인해 매출보다 임차료를 더 내야 하는데도 나 몰라라 했다면 갑질 논란이 일었을 것”이라며 공항의 경직된 운영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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