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면접관, 숨은 인재 찾기 족집게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4일 03시 00분


글로벌기업들 인력 채용 방식 변화


10년 경력의 테크니컬 마케팅 전문가인 A 씨는 IBM의 인공지능(AI) 채용 지원 시스템인 ‘파인드 유어 핏(Find Your Fit)’에 자신의 경력을 입력했다. A 씨는 테크니컬 마케팅이 주요 업무 분야지만 ISV(독립 소프트웨어 벤더) 마케팅과 채널 마케팅 업무를 함께 했다. 파인드 유어 핏은 이 정보를 분석해 A 씨에게 적합한 업무로 마케팅·홍보를 1순위로 제안했고, 회사 내 지원이 가능한 자리의 목록도 제시했다. A 씨는 “인공지능이 내 경력을 분석해 적당한 직무를 제안하고, 빈자리까지 알아봐주기 때문에 이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재 확보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인재 확보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재 채용에 나서기도 하고 인재를 위해서라면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 AI로 채용… 국가별 인재 지도 제작

3일 한국IBM의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기업의 인재 확보 전쟁’ 보고서에 따르면 경쟁력의 원천을 ‘최고의 인재’로 보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재 확보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채용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인 마이어 시스템(Mya Systems)은 채용 업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고, 이 인공지능은 이력서 검토, 일정 조정, 지원자 면접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인공지능이 지원자와 문자 대화를 통해 면접을 하고 지원자가 회사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사람인 채용 담당자와 면접 일정을 잡는 방식이다.

IBM은 인공지능 왓슨을 기반으로 한 ‘파인드 유어 핏’과 ‘마이카(Myca·My Career Advisor)’ 시스템을 채용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파인드 유어 핏은 IBM 본사와 전 세계 지사에서 인재를 구하고 있는 빈자리와 입사 지원자의 특성을 비교한 뒤 지원자에게 적합한 자리를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마이카 시스템은 직원들의 경력 계발을 상담하고 특정 직무와 직원의 적합도를 판단해 제시한다. 지원자가 회사 내 여러 직무 중 어떤 분야에 가장 적합한지 인공지능이 판단해 주는 것이다.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인재 인수(Acqui-hiring)’도 일반화되고 있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은 제품 그 자체보다 해당 회사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식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타깃 리크루팅’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즉, 링크트인 등 채용 관련 SNS를 활용해 전 세계에 있는 최고 인재를 찾아낸 뒤 콕 집어 연락하는 방식으로 채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2, 3년 전부터 채용 관련 SNS에서 인재를 검색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국가별 ‘인재 지도’를 만들고 있다.

○ ‘슈퍼 비정규직’ 출현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경력 사원보다 신입 사원 채용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IBM은 전체 신규 채용 인력의 70%를 대학생 또는 경력 3년 미만의 인력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MACH(Microsoft Academy of College Hires)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 채용에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외부의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보다 전문가를 직접 육성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한 뒤 이 전문가가 회사에 적응하는 사이 기술 환경이 급격히 변해 다른 기술이 필요하게 되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이 대학에서 공격적인 캠퍼스 리크루팅을 하는 등 전문가로 육성할 젊은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슈퍼 비정규직(Super Temp)’이 늘어나고 있다.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전문인력이 한 조직에 속하기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면서 프리랜서나 계약직을 선호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 기업들이 제시하는 근무 환경에 만족하지 않고 주3일제나 100% 재택근무 등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근무 조건을 회사에 제시하기도 한다.

최현수 IBM코리아 채용팀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보고 채용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면서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공룡들은 글로벌 헬프데스크에 한국인 전담 데스크를 신설하는 등 한국의 IT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ai#면접관#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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