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 판뉘펄 현대자동차유럽법인(HME) 상품총괄이사가 독일 오펜바흐의 HME 본사에서 ‘i1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i10은 해치백을 선호하는 유럽인들을 겨냥한 모델이다. 오펜바흐=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7년 전만 해도 유럽 사람들이 현대자동차를 사는 이유는 가성비였다. 그런데 지금은 디자인이다. 여기에 친환경차 기술을 더해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게 미래 전략의 핵심이다.”
지난달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오펜바흐에 있는 현대차유럽법인(HME) 본사에서 만난 라프 판뉘펄 상품총괄이사는 “현대차가 아름다운 디자인의 차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유럽인들의 시각이 바뀌었다”며 유럽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벨기에인인 판뉘펄 이사가 현대차에서 일한 건 2010년부터다. 그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현대차는 유럽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여러 편의장치를 끼워주는 차’였다. 7년여 만에 위상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자동차회사별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는 유럽에서 2010년 35만7105대를 팔았고 지난해 역대 최고인 50만5396대를 판매했다. 점유율도 2.6%에서 3.3%로 상승했다.
현대차에 유럽은 의미가 큰 시장이다. 올해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판매 급감이어서 현재는 뾰족한 수가 없다. 유럽에서는 올해 1∼5월 현대차의 판매량 증가율이 7.3%로 성장세가 견고하다. 판뉘펄 이사는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의 성장이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지는 상황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럽에서도 아직까지는 자동차 시장 전체의 성장률을 따라가는 수준일 뿐이어서 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유럽에 진출한 건 1977년 그리스로 포니 300대를 수출하면서다. 올해가 유럽 진출 40년째다. 판뉘펄 이사는 “단순히 판매량이 늘어난 것보다 의미 있는 건 이제 지속가능한 성장의 틀을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싼 가격만을 내세웠을 때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유럽인을 공략하는 데 저렴한 브랜드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걸림돌이었다.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HME가 내세우는 핵심 상품은 친환경차다. 유럽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자동차에 대해 환경 규제를 늘려가고 있는 곳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2030년까지는 도심에 내연기관차의 진입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업체 중 최초로 2014년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투싼 ix35)를 내놓으면서 유럽에서 수소차 선도 업체로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현지 기업들과 협력해 프랑스 파리에서 수소차를 활용한 택시 사업을, 독일 뮌헨에서는 카셰어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소차 분야에서는 경쟁 업체들의 추격을 받는 상황이다. BMW 도요타 등도 수소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판뉘펄 이사는 “현재 수소차는 기존 차를 개조한 것인데 내년에는 수소차 전용 브랜드를 선보여 다시 한 번 앞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차보다 대중화된 전기차 판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공개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는 내년에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순수전기차 등 전기차 모델로도 나온다. 판뉘펄 이사는 코나에 대해 “디자인이 주는 감성과 고성능이 조화를 이룬 차”라고 평가했다.
디자인과 친환경을 앞세운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이루려는 목표는 명확하다. 판뉘펄 이사는 “2021년까지 유럽 시장에 진출한 아시아 자동차 브랜드 중 ‘넘버1’ 자리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제쳐야 하는 상대는 일본 도요타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요타(렉서스 포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4.3%, 현대차는 3.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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