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레스토랑 요리도 집에서… 간편식의 고급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현대百 ‘레시피 박스’ 시판

현대백화점 레시피박스
현대백화점 레시피박스
백화점이 대형마트와 식품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가정 간편식 시장에 뛰어든다. 무기는 고급 레스토랑 조리법과 신선한 재료다. 1970년대 ‘3분 카레’가 열었던 가정 간편식 시장이 ‘집에서 먹는 유명 식당 요리’로 진화하는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4일 서울 강남 유명 레스토랑과 손잡고 고급 가정 간편식 ‘레시피 박스’의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백화점이 신선 식품 재료를 대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랑씨엘’의 이송희 셰프가 조리법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간편 가정식 시장은 커지는데 인스턴트 식품 이미지가 강하다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고급 재료를 앞세운 가정 간편식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를 시작한 레시피 박스는 일단 2가지다. 그랑씨엘에서 파는 ‘명란 오일 파스타’와 이 셰프와 함께 조리법을 고민한 ‘차돌박이 부추무침’이다. 명란 오일 파스타 제품에는 스파게티면, 오일, 명란, 그라노파다노치즈, 올리브 오일 등이 들어 있다. 조리 안내문도 있다. 명란은 현대백화점의 전통 식품 브랜드 ‘명인명촌’ 제품이다. 부산의 명란 장인 장석준 씨가 청주로 빚었다.

가격은 2인분에 2만4000원 선으로 기존 가정 간편식보다 비싸고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하다. 현대백화점은 명인명촌 고추장으로 만든 육개장 등 향후 40여 가지 레시피 박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규범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담당 바이어는 “불황에도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과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 식재료와 레스토랑의 조리법을 더해 고급 가정 간편식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기업과 편의점, 대형마트, 홈쇼핑에 이어 백화점까지 가정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체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는 올해 국내 가정 간편식 시장 규모가 3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 잠재력도 높다. 농식품유통교육원 유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가정 간편식 시장 규모는 전체 외식 시장의 12.5% 수준으로, 일본의 30%에 비해 낮다.

주요 간편식 업체들은 차별화를 위해 유명 식당과 협업하는 추세다. 방송을 통해 전국 각지의 맛집이 관심을 끌면서 경쟁적으로 ‘집에서 먹는 식당 요리’ 개념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간편식이 맛집의 산업화를 이끄는 셈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이마트다. 바이어들이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조리법 개발에 나선다. 2013년 서울 광장시장 내 순희네 빈대떡을 자체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로 내놓자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초대형 웍(중국 냄비)을 사서 홍대 맛집 ‘홍대 초마’의 불맛을 재현한 ‘초마짬뽕’은 올 상반기(1∼6월)에만 10만 개가 팔렸다. 서울 연남동 일대 유명 커피 전문점 ‘커피 리브레’와 협업해 지난해 자체 커피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맛집 조리법으로 화제를 모으자 2013년 340억 원이었던 피코크 매출액은 지난해 1900억 원으로 뛰었다.

CJ오쇼핑은 셰프들의 간편식을 판다. 6일부터 이연복, 미카엘 등 유명 셰프를 모아 ‘쿡민셰프’ 특집 방송을 선보인다. 매출 목표는 연간 100억 원이다. 홍수경 CJ오쇼핑 방송콘텐츠담당 PD는 “소비자들은 가정 간편식의 맛과 품질을 믿을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셰프들을 참여시킨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현대백화점#레시피 박스#간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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