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부(部) 승격을 앞둔 중소기업청 간담회에서 난데없이 ‘구인난’이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키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상황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생긴 겁니다.
중기부로 승격하면 현재의 1관6국 체제의 조직이 3실1국8관 체제로 크게 확대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중소기업 육성과 미래창조과학부의 벤처창업 기능 등이 새로운 부처로 옮겨오기 때문이죠. 산업부와 미래부 등에서 최소 80여 명의 추가 배치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능력 있고 소위 잘나가는 간부급 공무원들의 지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기청 구인난의 요지입니다.
새로운 부처가 만들어지거나 통폐합될 때 공무원들이 이동을 꺼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과거 정보통신부 인력들이 지식경제부(현 산업부)로 올 때나, 미래창조과학부가 생길 때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게 부담스러울 겁니다.
게다가 새롭게 탄생하는 중기부로의 이동은 부담이 더 크다는 게 중기청 내부의 생각입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중기청의 한 국장은 “대(大)부처 공무원 입장에서 중기부에 가는 것은 마치 잘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미래가 불확실한 중소기업으로 가는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대부처의 공무원들이 중기부행을 꺼리는 속내는 퇴직 후 산하기관으로 가는 이른바 ‘공무원 전관예우’를 선뜻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령 산업부와 같은 부처는 70개가 넘는 산하기관 및 각종 협회를 두고 있습니다. 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이 한자리씩 챙기는 것이 당연시돼 왔습니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이날 “미래에는 공무원들이 퇴직 후 한자리씩 챙기는 전관예우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며 “오히려 중소기업 업무에 공무원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한국의 경제구조가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벤처로 가는 시대적 흐름에서 중소벤처기업을 경험한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도 일할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최근 취임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공무원들에게 외부에 나가 있는 선배들과 접촉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실상의 기업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전직 고위 공무원들의 활동을 돕는 후배들의 전관예우 관행에 메스를 대겠다는 신호입니다.
중기부 출범에 앞서 대통령이 공무원 전관예우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면 어떨까요. 우수 인재들이 중소벤처 정책에 더욱 열의를 보이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잘만 하면 기업과 공무원들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는 유착관계가 많이 사라질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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