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민감했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변화에 둔감해진다.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편하고 익숙한 것을 찾게 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떨까. 기업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변화를 잘 따라가지 못할까. 만약 그렇다면 둔감해진 체질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근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이 바이오산업에 속한 591개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에 종사하는 2만886명의 과학자와 이 과학자들이 출원한 14만1710개의 특허를 분석했다. 업력이 늘어날수록 해당 회사가 기존 지식에 안주하며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 역시 두드러지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기업 지식이 변화하는 정도는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랜 시간 쌓아온 전문 지식과 성공 방정식이 오히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한 탓이다.
변화에 둔감해진 체질을 그대로 둔다면 기업이 보유한 지식은 진부해져 시장에서 사장되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은 ‘인력 채용을 통한 학습(learning by hiring)’에 주목했다.
대개 기업은 업력이 쌓일수록 기존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려는 경향이 짙어진다. 하지만 이는 변화에 무뎌져가는 기업의 속성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돼 이와 다른 채용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많은 사람을 채용할수록, △기존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던 분야와 동떨어진 새로운 분야의 전문 인력을 선발할수록, △연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뽑을수록 변화에 대한 기업의 민감도를 높여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약하면, 업력이 오래될수록 지식의 진부화가 진행돼 기업이 외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지만 의도적인 인재 채용 전략을 통해 얼마든지 조직 내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생존의 필수 요건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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