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낙인 전경련 “주관 행사에 대통령 참석 요청 말도 못꺼내”
재계서 존재감 커진 상의는 “쏠리는 시선 부담” 내부 단속
양대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내부적으로 입조심, 행동 조심을 당부하며 납작 엎드렸다. 이유는 정반대다.
전경련은 24,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17 아시안 비즈니스 서밋(Asian Business Summit)을 연다. 2009년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주도로 시작된 이 행사는 아시아 국가에서 돌아가며 매년 열렸고 한국 개최는 올해가 처음이다. 개최국인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 15개 국가에서 19개 경제단체장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전경련으로서는 올해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다. 9월에 한중 재계회의, 10월에 한미, 한일 재계회의가 열리지만 모두 상대국에서 열리고 참가 자격도 단체장이 아니라 개별 기업인들이다.
매년 기복은 있지만 개최국에서는 통상 그 나라의 최정상급 고위 인사들이 참석해왔다. 일본에서 열린 2010, 2011년 행사에는 각각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가 참석했다.
서밋의 규모나 의미로 볼 때 한국도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을 고려해 볼 만하지만 전경련은 청와대에 말도 못 꺼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국에서 열리는 첫 행사이고 참가국도 많아 예전 같으면 VIP(대통령) 참석을 요청할 텐데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적폐 세력으로 낙인찍혀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분위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신 이낙연 국무총리가 축사를 할 예정이다.
전경련을 대신해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대한상의도 내부적으로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주변에서는 “144년 대한상의 역사 이래 전성기를 맞이한 것 아니냐”는 부러움의 시선이 쏟아지지만 정작 내부 인사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달에만 3명의 고위 인사를 초청해 행사를 갖는다. 10일에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초청 조찬간담회가, 17일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조찬간담회가 열린다. 19일 제주서 열리는 연례 포럼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다. 특히 김 부총리는 강연을 할 예정이다. 지난달 문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을 짠 것도 전경련이 아니라 대한상의였다.
언론과 재계의 관심이 온통 대한상의에 쏠리는 것은 불문가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경련이 관심이든 비판이든 모두 독차지해서 우리는 그 그늘 아래서 편하게 지낸 측면이 있었다.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상의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석에서 편하게 한 말들이 최근에는 카카오톡 찌라시(사설 정보)로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왔다.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의 내부에서는 ‘책잡힐 말이나 행동은 아예 말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재계에서는 대한상의로의 쏠림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