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주공5단지 중앙상가. 이곳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30여 곳 모두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성규 두꺼비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아직 찾는 사람이 많진 않지만 정부의 ‘부동산 투기단속’으로 대부분 문을 닫았던 지난주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112m² 아파트의 호가는 ‘6·19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14억8000만 원으로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다시 예전 수준(15억5000만 원)으로 오른 상태다.
정부의 ‘6·19대책’ 발표 이후 숨죽였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4주 만에 상승폭을 확대하고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도 회복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아직 정부 대책의 효과를 판단하기 이르다며 8월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강남 재건축 중심으로 가격 회복 조짐
서울의 집값은 강남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J중개업소 대표는 “10억3000만 원이던 둔촌주공3단지 전용면적 96m² 아파트가 정부의 대책 발표 후 급매물로 9억7000만∼9억8000만 원에 나왔다가 최근 다시 10억1000만 원까지 회복했다”고 전했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아직 거래는 뜸하지만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책 발표 전과 비슷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북에선 매물을 찾기 어렵다. 마포구 공덕동의 김형섭 명가공인중개소 대표는 “마포를 포함한 강북은 신규 공급량이 거의 없어서 정부 대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동의 S부동산 대표는 “역세권인 상계주공3·6·7단지는 3.3m²당 1100만∼1200만 원에서 최근 1700만 원까지 올랐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 주보다 0.20% 상승했다. 6월 들어 계속 둔화했던 매매가 상승폭이 4주 만에 다시 커졌다. 특히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7월 첫째 주에 0.28% 오르며 2주 연속 오름폭을 키웠다.
○ “8월 가계부채 대책이 가늠자 될 것”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선 ‘6·19대책’의 효과가 벌써 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 3일부터 ‘청약조정 대상지역’ 40곳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강남 재건축 단지는 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집값이 다시 반등한 건 분양시장 호조와 더불어 ‘6·19대책’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안도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의 효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최근의 반등은 정부 대책에 숨죽였던 시장이 회복하는 ‘기저효과’일 뿐 이어질 가계부채 종합대책, 세법 개정, 금리 인상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향후 부동산시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조기 도입되면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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