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그 후]“추가배상 무시한 옥시, 2심 선고 다가오자 생색용 보상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글로벌 기업과 기나긴 싸움

《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피해자 배상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최대 가해 업체로 꼽히는 옥시는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3차 피해조사에서 일부 피해자에 대한 최종 배상안을 발표했다. 옥시는 이날 정부의 피해 조사에서 피해자이거나 피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진 52명에 대해 평생 치료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 2차 정부 조사에서 적용한 보상안과 동일한 원칙(총 1∼4단계 피해자 등급 중 피해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판정된 1, 2단계 한정 지원)이다. 》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의 강찬호 대표는 11일 “정부의 3차 피해자 조사 결과가 3월 27일 발표됐는데 수개월간 배상하지 않다가 이제야 배상에 나서는 게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옥시의 배상안 발표 시점을 문제 삼고 있다. 21일 신현우, 존 리 전 사장(현 구글코리아 대표) 등에 대한 항소심 법원 판결을 앞두고 배상안을 발표해 국민 여론을 돌리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날 “3차 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로 옥시 측과 피해자 배상 계획 등을 상의했다”고 말했다. 옥시 측은 “정부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한편 본사와 연락을 취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배상안을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공론화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기업들이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본사 지침을 이유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뭇매만 잠시 피해 가는 행태를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옥시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된 글로벌 기업인 구글코리아와 테스코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2013년부터 구글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10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서도 최 소장과 시민단체는 리 대표와 구글코리아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리 대표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국민적 논란에 연루된 인물이 4년째 수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리 대표는 2005년부터 2010년 5월까지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을 제조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인체 안전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용기 겉면에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무해’ 등의 광고 문구를 넣어 판매해 온 혐의도 있다. 이 때문에 1심 무죄 선고 때 피해자들은 “양심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거칠게 반발했다.

구글코리아는 사태의 여파가 회사에 미칠지 고민하면서 대응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측은 “개인사이기 때문에 회사와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테스코 또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책임을 갖고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테스코는 가습기 살균제 자체생산(PB) 상품을 판매한 홈플러스를 소유했던 회사다. 테스코는 2015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뒤 아무런 논평도 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 중에는 이익을 내는 데만 집중하고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이런 행태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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