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해진 보험사기… 일가족이 9년간 7억 챙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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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주민 21명 ‘나이롱환자’ 행세도… 금감원, 사기혐의 189명-457억 적발

A 씨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4명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전남 여수·순천시 등 병원 28곳을 다니며 2208일(6년 18일)을 입원하며 지냈다. A 씨 가족이 가입한 보장성보험은 64개. 이들은 무릎 통증, 두통 등을 핑계로 입원한 뒤 163회에 걸쳐 보험료 7억3000만 원을 받았다. 생업도 없이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보험료로 생활비를 충당해왔던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A 씨처럼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경미한 질병을 이유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낸 속칭 ‘나이롱환자’ 189명을 적발해 경찰에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이 타낸 보험금은 457억 원이다. 금감원이 3월부터 ‘보험사기 상시감시시스템’을 가동해 적발했다.

나이롱환자들은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이 대부분 정액보험이라는 점을 노렸다. 하루 입원할 때마다 5만∼10만 원가량 주는 상품에 다수 가입해 하루 최대 80만 원 이상을 받아냈다. 허리염좌, 무릎통증 등 가벼운 병인데도 의사를 속여 입원하거나 병원을 바꿔가면서 입원하는 일명 ‘병원 투어’ 수법도 썼다. 적발된 이들 중 상당수는 주부와 무직자였다.

금감원은 보험사기의 대표 유형을 △반복 입원형 △병원-보험설계사 등과의 공모형 △생계형 △재범형 △단체가담형 등 5가지로 분류했다.

전남 광양시에 사는 동네 주민 21명은 단체 보험사기 혐의로 적발됐다. 이들은 2008년부터 7년간 3일에 한 번꼴로 무릎, 허리 통증 등을 이유로 병원 49곳에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이 수법으로 27개 보험사로부터 30억 원 이상을 받아냈다. 주민들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뒤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자 사채업자들의 사주를 받아 범죄를 저질렀다.

병원 사무장과 의사, 전직 보험설계사, 환자 등이 공모해 50억 원의 보험금을 뜯어낸 일당도 있었다. 과거 보험사기로 벌금형 등 경미한 수준으로 처벌 받았던 이들이 같은 수법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례도 있었다.

과거 보험사기의 대부분은 자동차보험에서 나왔다. 하지만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설치의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비중은 2014년 50.2%에서 45.0%로 줄었다. 반면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의 비중은 같은 시기 44.5%에서 51.6%로 증가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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