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열풍이 한창이던 2015년 창업한 최이현 씨(36)는 ‘대박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폐차 과정에서 버려지는 가죽시트나 에어백 등 자동차 폐기물을 활용해 가방, 신발, 지갑 등 패션상품을 개발했다. 아무 쓸모없는 폐기물이 7단계의 세척 과정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태어났다. 상품 개발에만 1년 넘게 매달린 최 씨는 ‘흥행 신화’를 기대하며 지난해 9월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대형 쇼핑몰에 매장을 차렸지만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판로 개척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제품은 결코 ‘좋은 상품’이 될 수 없었다.
○ 청년창업가 온라인 쇼핑몰 입점 지원
최 씨에게 희망을 가져다 준 건 홈쇼핑 회사였다. 롯데홈쇼핑은 이달 온라인 쇼핑몰 롯데아이몰에 중소기업전문관을 신설한다. 최 씨 회사에서 만든 제품은 앞으로 이곳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최 씨 회사 외에도 50개 스타트업들의 제품이 중소기업전문관을 통해 이달 처음 선을 보인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손을 잡고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매년 50개씩 선정하기로 했다. 판매는 롯데아이몰을 통해 이뤄진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예비 청년창업가 교육을 지원하는 곳이다. 현재까지 총 960명의 청년창업가를 배출했다. 올해 롯데아이몰을 통해 소개되는 상품은 모두 청년사관학교를 졸업한 청년창업가들이 만든 것들이다. 스마트기기 거치대, 패션 액세서리 등 제품군도 다양하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지 못했던 청년창업가들은 롯데홈쇼핑의 지원으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최 씨는 “신생 벤처기업들은 판로 개척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 안정적인 유통망이 없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롯데홈쇼핑의 지원으로 판로 확보의 부담을 확실히 덜게 됐다”고 덧붙였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청년창업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면서 “청년창업가들의 제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이디어 상품의 홈쇼핑 무료 방송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판로 확보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비창업가들을 돕는 프로그램도 있다.
현대홈쇼핑은 한 중소기업이 최근 출시한 전기그릴을 10일 방송에 내보냈다. 이날 방송된 제품은 빵을 토스터에 굽는 방식을 이용해 고기나 해산물을 굽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현대홈쇼핑 채널을 통해 소개된 이 제품은 이날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원래대로라면 수익금의 30%를 홈쇼핑 회사에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업은 방송 수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현대홈쇼핑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현대홈쇼핑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가들에게 홈쇼핑 채널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날 전파를 탄 전기그릴 상품도 한 예비 창업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고기를 토스트처럼 굽는다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했다. 그런데 제조 유통 마케팅 등 상품화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예비 창업가의 아이디어 상품은 현대홈쇼핑이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면서 상품화로 이어졌다.
현대홈쇼핑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상품 개선을 도왔다. 6개월간 사업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는 컨설팅도 진행했다. 현대홈쇼핑의 도움으로 10일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일부 색상이 완판될 만큼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현대홈쇼핑은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른 채널을 통한 홍보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2014년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예비 창업가의 아이디어 상품을 홈쇼핑 채널에 무료로 소개하고 있다. 2015년 5월 방송된 한 아이디어 상품은 10억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앞으로도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창업가들에게 무료 방송이나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도 지난해부터 창업을 원하는 예비 창업인들에게 회사 내 사무공간을 빌려주고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창업 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2개 팀이 GS홈쇼핑의 지원을 받아 창업에 성공했다. 올해도 1개 팀이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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