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중고차 거래중개업체 ‘헤이딜러’는 지난해 1월 초 ‘불법’ 낙인이 찍히며 50여 일간 문을 닫았다. 2015년 서울대 재학생들이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창업 1년 만에 거래액 300억 원을 돌파한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 케이스였다. 하지만 온라인 경매업체도 오프라인 시설을 갖추도록 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불법업체로 분류돼 폐업을 선언했다. 이후 정부의 단속유예 결정과 법률 재개정을 거치며 기사회생했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혁신적인 스타트업 모델을 방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헤이딜러 사례처럼 신생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국내 규제 장벽이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상위 100대 스타트업(투자액 기준) 중 57곳은 한국에서 창업했을 경우 규제에 걸려 사업을 시작할 수 없거나 조건부로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13곳은 사업을 아예 시작할 수 없었고 44곳도 규제에 맞게 조정해야만 사업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누적 투자액 기준으로는 7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산나눔재단과 구글캠퍼스 서울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타트업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가 지난해 선정한 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한국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반면 미국(56개)과 중국(24개)은 80%를 차지했다.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저촉되고,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숙박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제약사 모더나는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치료법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신설되는 스타트업 법인 수가 2011년 6만5000개에서 지난해 9만6000개로 증가하는 등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했지만 질적인 성장은 정체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앞으로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살아남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규제 체제로의 점진적 전환을 통한 진입 장벽 제거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올해 발표된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지수에서 한국은 창업 생태계 진입 규제 환경이 65개국 중 49위에 머물렀다. 국내 신규 투자액 규모는 세계 5위였지만 정책자금 의존이 40%가 넘으며 민간 참여가 저조했다. 선진 시장에서는 민간 자본이 70∼9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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