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동반성장 계획 발표
최저임금 상승 中企부담 덜어주고 1000억원 규모 저리 대출 도입
상생 모범 1차 협력사는 입찰 우대
경기 양주시에 있는 A사는 현대·기아자동차의 2차 협력사다. 현대·기아차에 전장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 유라코퍼레이션에 전기 절연용 접착테이프를 납품하고 있다. A사의 오래된 걱정은 인재 고용과 기술 개발이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입사 지원을 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회사가 원하는 요건과 맞지 않는다. 기술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 일단 자금이 부족해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현대자동차 같은 완성차 업체가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 기술 개발에 대한 위험 부담이 그만큼 크다. 올해처럼 자동차 산업 경기가 안 좋을 때면 A사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A사에 현대·기아차가 20일 발표한 2, 3차 협력사를 위한 동반성장 계획은 꽤 유용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1차 협력사 중심이었던 상생협력 활동을 2, 3차 협력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상생협력 활동은 경영 개선, 경쟁력 강화, 해외 진출 지원, 고용 지원, 1차-2, 3차 협력사 간 상생협력 관리체계 강화 등 5가지 분야로 나눠 이뤄진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의 핵심은 500억 원의 ‘2, 3차사 전용 상생협력기금’(가칭)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기금은 1차 협력업체를 통해 심사를 거쳐 지원된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협력사들의 고용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사 임원은 “현재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주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에 연동해 급여를 올려줘야 하므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새 정부의 정책에 적극 발맞추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청사진이다.
또 현대·기아차는 1000억 원 규모로 2, 3차 협력사 전용으로 저리 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상생협력기금 500억 원에 대출 자금 1000억 원이 투입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협력사에 지원하는 자금 규모는 약 7300억 원으로 늘었다.
2, 3차 협력사에 기술 이전을 해서 경쟁력을 키워주겠다는 상생협력센터(가칭)도 관심을 끈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센터를 통해 시장성을 갖춘 기술을 지도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이 향상된 협력사들의 해외 진출도 돕는다. 2, 3차 협력사만을 위한 채용박람회도 내년부터 열리는데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직자들에게 ‘현대·기아차가 검증한 기업’이라는 걸 알림으로써 중소기업과 구직자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 3차 협력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 더해 현대·기아차는 1차 협력사들이 2, 3차 협력사들과 얼마나 상생협력을 하는지 평가하기로 했다. 이른바 ‘을(乙)의 병(丙)에 대한 갑질’을 막아 지속가능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평가 결과 우수한 1차 협력사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신차 부품 입찰에서 우대하는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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