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수준에 속한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청년의 일자리가 먼저냐,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먼저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임금피크제, 정년 연장과 신입 직원 고용 확대라는 선택지를 두고 고민한다. 이는 청년과 중·장년층을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령화사회가 우리나라보다 먼저 시작된 유럽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노 호벤 독일 뒤셀도르프대 교수 등이 유럽 14개국을 대상으로 연구한 ‘유럽의 건강, 고령화와 은퇴 조사’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경제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50대에서 70대 연령층에 속하는 5800여 명을 대상으로 전체 생애 과정에서 이들의 고용지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장년기 및 노년기에 속한 이들의 고용지위는 청소년기와 중년기의 고용지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유럽 14개국에서는 전일제로 일하다가 60세 전후에 퇴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청소년기나 중년기에 불리한 사회 경제적 지위에 놓인 사람들은 평균 은퇴 연령이 55세로 낮았다. 자영업을 하다가 늦은 나이에 퇴직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었다. 청소년기와 장년기에 불리한 고용지위에 놓였던 경우 노년에도 비슷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청소년기와 장년기의 불리한 고용지위로 인해 노년기에도 불리한 고용지위에 놓일 확률이 남성보다 더 높았다.
이 연구는 청년기와 노년기의 고용 문제를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소년기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결국 노년기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노인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이들의 빈곤의 시작점이 어디인지를 살피고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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