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전기차, 한국서만 찬밥 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3시 00분


전기차 시장 진입 뒤처질 우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이 충전하는 모습. PHEV는 충전을 하거나 연료를 넣는 2가지 방식 모두로 달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이 충전하는 모습. PHEV는 충전을 하거나 연료를 넣는 2가지 방식 모두로 달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일상생활에선 전기차, 주말엔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가 18일 출시한 쏘나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 모델 ‘쏘나타 뉴 라이즈 PHEV’의 장점을 설명한 문구다. PHEV는 내연 기관과 플러그 충전식 전기 배터리를 모두 장착했다. 가까운 출퇴근 거리는 전기 에너지만으로, 주말에 교외로 갈 때는 연료를 사용해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차량 시장은 ‘PHEV 원년’을 맞고 있다.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이 내부 충전식 전기 모터로 주행을 돕는 수준인 반면 PHEV는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기차 시대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차로 인식된다. 국내 차 업계 관계자는 “PHEV의 정착이 늦어지면 전기차 시장 진입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PHEV 개발에 해외 업체들이 앞다퉈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PHEV는 ‘찬밥’ 신세다. 올해 들어 5월까지 판매된 PHEV는 230대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해외 시장 규모는 10만7965대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 EV’에 따르면 올해 5월 누적 기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친환경차는 쉐보레 볼트 PHEV 모델(9187대)이다. PHEV인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8073대)도 3위에 올랐다. 국산차인 아이오닉 PHEV와 K5 PHEV 등도 국내 판매량보단 해외 수출량이 월등히 많은 상황이다.

전기차에만 정책 지원이 집중돼 있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국내 전기차 구입 지원금은 1400만 원, PHEV는 5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 감경 혜택도 전기차는 최대 460만 원, PHEV는 최대 270만 원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해외의 경우 전기차와 PHEV의 구분 없이 친환경성 등 단일 기준에 따라 지원금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프랑스와 일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미국은 배터리 용량, 중국은 1회 충전당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해 성능이 좋을수록 지원금이 늘어난다. PHEV와 전기차의 실 구매 가격 차이가 국내 시장에 비해 작게 나타나는 이유다.

충전 시설 부족도 한계로 꼽힌다. PHEV는 완속 충전기만 사용할 수 있다. 평균 2시간 이상 충전을 해야 하는데 해외에 비해 완속 충전기 수 자체가 적은 데다(전국 1606곳) 이마저도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엔 보급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다.

이 때문에 벤츠와 BMW 등 고급 PHEV 모델을 타는 즐거움을 국내 소비자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벤츠는 올 초 “2년 내 PHEV 7종을 국내에 선보이겠다”고 했지만 아직 1종도 들여오지 못했다. BMW가 들여오려 한 3종도 인증이 지연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사륜구동(4WD) 형식인 수입차량의 인증 시험이 가능한 장소가 실질적으로 1곳뿐인 데다가 국내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친환경차의 지향점이긴 하지만 과도기적 여건을 고려해 PHEV 정책에서도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원금 등을 해외 기준을 참고해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에 비해 운행이 편리한 점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전기차와는 별도로 책정했지만 해외처럼 전기차와 단일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전기차#반전기차#현대자동차#정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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