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풍경도 그렇고, 사람들 사는 모습이 확확 달라지고 있네요. 10년 전부터 꾸준히 베트남을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올 때마다 놀랍니다.”
시계 제조·유통사 크리스챤모드의 김세영 대표(66)는 베트남 호찌민 시를 둘러보고 나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25일 방문한 호찌민은 소비신흥국으로 급부상하는 ‘변화의 기운’이 거리 곳곳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각 계열사의 베트남 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현지 사업에 힘을 실어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신 회장은 2020년 완공될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 사업 현장을 24일 점검했다. 25일에는 호찌민 투티엠 신도시 지구에 조성 중인 ‘에코스마트시티’ 현장을 찾았다. 롯데가 2021년까지 이곳에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호찌민 시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제 거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타격을 입은 롯데로서는 베트남 시장이 더 중요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시장 다각화 필요성과 함께 미국과 중국에 이은 3번째 소비대국으로서 베트남 사업을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는 백화점 개점 이전부터 유치원이나 학교에 빗물정화 시설을 설치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해 와 주민들의 거부감부터 없애는 전략을 폈다. 호찌민 시내에서 만난 응우옌티홍응옥 씨(26)는 “한국 제품이라고 하면 일단 믿음이 간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한국 제품 사면 곧바로 페이스북에 올려 쇼핑 정보를 교환한다”고 전했다. 동남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라자다(LAZADA)’의 응우옌티투하 패션디렉터는 “베트남 젊은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옷, 가방 등에서 한국 디자이너들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롯데백화점이 이날 호찌민에서 KOTRA와 함께 개최한 ‘동반성장 해외시장 개척단 구매상담회’도 유례없이 열띤 분위기였다. 오서희 ㈜린에스앤제이 대표이사는 “이른 아침부터 바이어들을 만나고 왔다. 현지 홈쇼핑 측과도 긍정적인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상담회에 온 100여 명의 현지 바이어는 구체적인 가격과 제품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현지 바이어 찐티아이부이 씨는 “실리콘 재질의 주방용품을 인상 깊게 봤다. 색깔도 화려하고 인체 무해성이 장점이라 시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은 “우수한 한국 중소 파트너사들이 함께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과 실질적인 혜택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강력한 ‘드라마 한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기업들은 시장 가능성만 보고 무작정 진출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마케팅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김원길 바이네르주식회사 대표(56)는 “만만치 않다. 시장이 좋다고 하지만 유통업체를 둘러보니 외국의 주요 브랜드들은 다 입점해 있었다. 어떻게 시장에 안착할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윤주영 KOTRA 호치민무역관장은 “베트남은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생산기지로만 주목됐다. 베트남 소비재 시장은 매년 10%가 넘게 성장하고 있어 이런 흐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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