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정부가 18명의 장관급(국가보훈처 포함) 인사 중 6명을 여성으로 지명하면서 ‘여성 장관 30%’ 공약을 달성했습니다. 이 공약은 새 정부가 먼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을 깨뜨리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새 정부의 마지막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역시 농구선수에서 금융노조 간부를 거쳐 국회의원이 되는 등 다양한 인생역정을 걸어온 여장부입니다.
그러면 국내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3%에도 못 미칩니다. 100명 중 3명도 채 안되는 셈이죠.
26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전체 임원 1만5155명 중 여성은 406명(2.7%)에 불과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나마 이것도 늘어난 수치라는 겁니다. 2014년 353명(2.3%) 2015년 376명(2.4%)으로 매년 조금씩 는 것이죠. 하지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여성 임원 평균(20.5%)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들 기업 중 여성 임원이 10명 중 1명 이상인, 즉 10%가 넘는 곳은 6곳뿐입니다. 가장 높은 곳은 한국SC은행(21.4%)이었습니다. 그 뒤를 △한국씨티은행(18.8%) △아모레퍼시픽(17.1%) △한국서부발전(11.1%)이 이었습니다. 나머지 2곳은 국민은행과 중소기업으로 각각 10.0%로 나타났습니다.
자 그럼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을 살펴볼까요. 믿어지실지 모르겠지만 여성 임원이 단 한명도 없는 기업은 336곳(67.2%)이나 됐습니다. △한국전력공사 △기아자동차 △하나은행 △SK에너지 △GS칼텍스 △삼성화재 △한국가스공사 △현대모비스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지난해 기준인데 삼성화재는 올 초에 여성 임원이 2명 탄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 여성 임원 비율이 4.9%로 다른 업종보다 그나마 높았습니다. 금융·보험업과 제조업이 각각 2.7%, 2.3%였고요.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낮은 업종은 건설업(0.8%)이었습니다. 금융·보험업은 4개 업종 중 2년 전보다 여성 임원 비율이 유일하게 줄었습니다. 금융·보험업은 여성 취업자가 많은 업종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의 고위직 진출 현황이 전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경력 단절, 차별과 편견으로 고위직까지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공공부문 여성 관리직 확대를 적극 추진해 점차 민간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음에도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여성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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