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숨-오휘-빌리프 등 고가 화장품, 中 현지서도 성장세 흔들리지 않아 2분기 영업익 3% 증가에 한몫… 1위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첫 추월
생산량 급증한 LG생활건강 청주공장 LG생활건강의 충북 청주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후’ 브랜드 화장품 용기의 뚜껑을 조립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국내 화장품 업계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5일 발표된 LG생활건강의 2분기 깜짝 성적표는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3% 늘어났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국내 1위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뛰어넘었다.
LG생활건강의 선전 비결은 뭘까.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생활용품과 음료 등 비(非)화장품 사업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압도적 브랜드 파워를 가진 고가 화장품 제품이 중국의 한국산 제품 견제를 뛰어넘어 선전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와 품질에 대한 선제 투자가 위기에서 빛을 발한 셈이다.
28일 찾은 충북 청주의 LG생활건강 화장품 공장. 하계 휴가시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공장이 가동되는 날이라 근로자들의 손길이 더 분주했다. 특히 ‘에센스 자동3’ 생산라인은 ‘후’ 브랜드의 비첩자생에센스 완제품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후 브랜드는 지난해 1조2000억 원어치가 팔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이후 단일 화장품 브랜드로는 두 번째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 후 판매액은 LG생활건강 전체 화장품 매출액의 40%에 육박한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국내 면세점 매출이 줄었지만 후, 숨, 오휘, 빌리프 등 4개 럭셔리 브랜드는 중국 현지에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김재천 청주 CM공장 품질보증팀장은 “후와 같은 고가 브랜드는 한국에서 생산됐다는 ‘메이드 인 코리아’ 표시가 곧 경쟁력이다. 사드 사태에도 전체 실적을 방어해낸 결정적 배경”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파워가 리스크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220명 정도가 일하는 청주 화장품 공장은 6000여 개 품목을 생산한다. 자동화율은 67% 정도다. 다품종 생산 시스템이어서 80%면 ‘완전자동화’로 보는 화장품 공장 중에선 자동화율이 높은 편이다.
LG생활건강은 인근 테크노폴리스에 청주공장과 비슷한 20만5000m² 크기의 부지를 마련해 토목공사를 하고 있다. 화장품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2020년까지 이곳에 전용 생산라인과 물류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충남 천안시에도 약 40만 m² 규모의 ‘퓨처 단지’를 조성해 원료의 재배와 추출, 제품 생산 등 화장품 일괄생산 체계를 갖추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장병준 청주 CM공장장(상무)은 “화장품 공장은 원료 공급처, 병과 뚜껑을 납품하는 회사 등 협력사가 의외로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내 생산라인을 늘리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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