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들 “그래도 우린 부동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KB금융 ‘2017 부자 보고서’

국내 부자들의 절반은 아파트(49.0%)와 땅(48.7%)을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앞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돼도 부동산을 처분하겠다는 부자는 전체의 20.2%에 그쳤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타면서 정부가 ‘6·19대책’ 이후 또다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자산가들은 부동산을 재산 증식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7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 4, 5월 예적금, 주식 등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개인 4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부자 수는 24만2000명이고,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1인당 평균 22억8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부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2억6000만 원으로, 일반 가구(4883만 원)의 5.3배였다. 연소득 중 8268만 원(31.8%)은 부동산 임대료와 이자, 배당 등 재산소득에서 나왔다.

조사에 참여한 한국 부자들은 대체로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불리고 있었다. 응답자들이 보유한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52.2%로 가장 컸고, 금융자산(44.2%), 예술품과 회원권 등 기타 자산(3.6%)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부자들은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로 국내 부동산(32.2%), 국내 주식(23.4%), 해외 주식(9.7%) 등을 꼽았다.

부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규모는 평균 28억6000만 원이었다. 부자들이 보유한 투자용 부동산(복수 응답)은 아파트(49.0%)가 가장 많았다. 이어 토지·임야(48.7%), 빌딩·상가(42.6%), 오피스텔(20.9%), 단독·연립주택(13.9%) 순이었다. 한국 부자들은 향후 유망한 투자용 부동산(1순위 응답)으로 가장 많은 27.7%가 재건축 아파트를 꼽았다. 빌딩·상가(26.2%), 토지·임야(16.2%), 일반 아파트(9.2%)가 뒤를 이었다.

부자들의 이런 부동산 위주 투자 관행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이 얼어붙더라도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은 경기가 침체될 경우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현 상태 유지(39.4%) △전·월세 등 임대 형태 변화(22.3%) △부동산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20.2%) △다른 고수익 부동산 투자(12.3%) 등의 순으로 답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고령화의 영향으로 오히려 부동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1%대 시대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자산가들은 낮은 비용으로 돈을 빌려 주택이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자산가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주식이나 펀드 등 변동성이 큰 자산에 비해 부동산이 가장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최근 ‘노후 대비’가 재테크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부동산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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