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당일 1억~2억 내린 급매 거래… 다음날엔 “지켜보자” 매물 사라져
가계약금 포기하며 거래 취소 속출
# 직장인 임모 씨(34)는 최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아파트를 계약한 게 후회스럽다. 월세를 받을 목적으로 투자했지만 8·2부동산대책으로 양도세 면제 규정이 강화돼 본인이 2년 이상 그 집에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 임 씨는 “잔금을 2일까지 치렀으면 이번 규제를 피할 수 있었는데 그럴 형편이 못 됐다”고 말했다.
#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17억 원(전용면적 72m²)짜리 ‘급매물’이 나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당일 계약한다는 조건으로 전날(1일)까지의 시세(최고 18억5000만 원)보다 1억5000만 원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이었다.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인 ‘8·2대책’이 나온 다음 날인 3일, 서울 부동산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날부터 당장 25개 구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건축 조합원의 매매 거래가 금지되는 등 강력한 규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의 공인중개사무소와 재건축 조합에는 집주인과 투자자들의 걱정 어린 문의가 빗발쳤다.
가장 큰 혼란에 빠진 곳은 그동안 매매 시세가 가파르게 뛰었던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 이 지역에선 대책 발표 당일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급매물을 투매(投賣)하는 움직임이 줄을 이었다. 서초구 잠원동 재건축 단지에서는 시세보다 1억∼2억 원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이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에서는 급하게 잔금을 치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날(2일) 하루에만 이례적으로 10건의 매매 거래가 신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책 발표 직후부터 거의 모든 거래가 ‘올스톱’된 상태라고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설명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와 맞닥뜨린 재건축 조합들도 사업 차질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사업 속도가 비교적 느린 단지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조합 설립을 아예 정권이 바뀔 때까지 미루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잠원동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나빠서 일반 분양 시기를 미루고 싶지만 정부가 곧 분양가상한제까지 검토한다고 하니 진퇴양난”이라고 전했다.
지방도시 중 유일하게 투기지역에 포함된 세종에서도 분양권 시장 등이 요동쳤다. 보람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가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거래를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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