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와의 교감… 中서도 로열티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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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농부 100만 시대 열자]<6> 돼지테마파크 운영 6년 이종영 씨

씨돼지를 키우다 돼지박물관을 만들어 축산업의 6차산업화를 이룬 이종영 씨가 자신의 박물관에서 갓 태어난 미니돼지 새끼를 안고 
포즈를 취했다(왼쪽 사진). 돼지공연장에서 미니돼지들이 진행요원의 구호에 맞춰 재주를 펼치고 있다. 이천=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돼지박물관 제공
씨돼지를 키우다 돼지박물관을 만들어 축산업의 6차산업화를 이룬 이종영 씨가 자신의 박물관에서 갓 태어난 미니돼지 새끼를 안고 포즈를 취했다(왼쪽 사진). 돼지공연장에서 미니돼지들이 진행요원의 구호에 맞춰 재주를 펼치고 있다. 이천=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돼지박물관 제공
경기 이천시 율면에는 돼지를 테마로 한 ‘돼지보러오면돼지&돼지박물관’이 있다.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 쉽지 않은 데다 섭씨 30도를 넘는 폭염에도 6일 현장에는 전국에서 온 관람객이 꽤 보였다. 돼지공연장으로 향한 관람객들은 미니돼지들이 진행요원의 구호에 맞춰 공굴리기, 볼링 등의 재주를 선보이자 박수를 치며 눈을 떼지 못했다. 돼지는 불결하고 게으르다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다. 돼지의 지능지수(IQ)가 3, 4세 아이와 비슷한 75∼85라는 설명을 듣고는 또 한 번 놀란다. ‘뭐 볼 게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찾았던 이들 관람객의 마음이 ‘한번 와볼 만한 곳이네’로 바뀌고 있었다.

○ “나도 축산농부다”

연 매출 9억3000만 원을 올리며 성공신화를 써가는 이 돼지테마파크의 주인공은 이종영 씨(52)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이 씨는 졸업하고 인공수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대형 종돈장(種豚場)에서 돼지 인공수정 일을 했다. 1996년에는 여주시 점동면에 돼지 인공수정센터를 직접 차렸다. 국내외에서 사들인 종돈(씨돼지)으로 축산농가의 돼지 인공수정을 해줬다. 현재도 씨돼지 100마리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덴마크 등 축산 선진국으로 우수한 씨돼지를 찾아다니던 이 씨는 현지의 전통 깊은 농장들이 역사를 알려주는 사진이나 도구, 영농일지를 보관하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 언젠가는 자신도 돼지 생산과 소비,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박물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이 씨는 돼지와 관련된 자료와 인형, 피규어 등을 닥치는 대로 모았다. 2002년 거래처인 농장의 1만8000m² 땅을 인수해 제2인공수정센터를 세웠다. 이후 몇 년을 더 준비해 2011년 11월 지금의 박물관을 열었다.

축산업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돼지박물관은 독일 슈투트가르트(2007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독일 돼지박물관이 주로 돼지고기를 이용한 각종 안주와 맥주를 결합한 소비 위주라면 이 씨의 박물관은 사람과 돼지가 교감하는 박물관이다. 단순히 기르는 돼지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돼지를 체험하고, 돼지에 대해 배우며, 돼지의 습성을 이해하는 테마파크 박물관으로 차별화했다.

돼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자료 6800여 점이 300여 m² 규모의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아이들이 돼지를 만지며 교감하도록 하거나 작은 돼지우리(돈사·豚舍)를 만들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도록 했다. 직접 소시지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장과 돼지고기를 이용한 각종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도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돼지를 추모하는 돈혼비(豚魂碑)가 세워져 있다.

이 씨는 “박물관의 모토는 ‘인간과 공존하는 돼지’”라며 “아이들이 돼지와 교감하면서 생명 존중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물관에서는 매달 미니돼지 15마리를 생산해 농장에 분양하거나 대학에 실험용으로 제공한다. 애완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 로열티 받는 수출 상품

2012년 1만7000명이던 방문객은 지난해 6만50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약 1만5000명이다. 이 같은 성공은 해외에도 알려져 로열티를 받고 수출도 하게 됐다.

중국 저장(浙江)성에 이곳을 모델로 삼은 돼지박물관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업체와 계약을 맺고 올 2월부터 직원 3명을 파견해 박물관 운영 및 돼지 교육 노하우 같은 각종 기술과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중국 돼지박물관은 16만5000m² 규모로 지어졌고 다음 달 15일 개장한다.

이 씨는 “분야별 노하우에 대해 로열티를 받는 것은 물론 박물관 자료를 임대해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로열티와는 별도로 입장객 1명당 150원을 받기로 했는데 이 수입만 약 월 500만 원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선전(深(수,천))의 업체와도 협의 중이다. 장기적으로 중국 5곳에 돼지박물관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씨는 지역 농민과 함께하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말 지역농산물을 판매 및 소비하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레스토랑을 열고 이를 7만5000m² 규모의 복합 테마지구로 키울 계획이다. 말 사육 체험 농장, 애견 힐링센터, 절임배추 가공공장, 맥주와 전통주 제조장, 전통장(臟) 제조장 등이 들어서게 된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6차 산업을 꾀하는 것이다.

다만 6차 산업화 지구조성 사업 승인을 받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일 품목이 아닌 복합 테마파크는 승인을 받기가 까다롭다. 이 씨는 “이른바 6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천=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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