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주,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5일 22시 35분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전 이사회 의장)가 14일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자신은 총수가 아니며, 네이버도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공정위는 네이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하고 이 전 의장을 총수로 볼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15일 공정위와 네이버 측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은 네이버 법무실장과 14일 오후 공정위를 방문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면담하고 기업집단과장 및 사무처장을 만났다. 기업집단과는 다음 달로 다가온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 전 의장은 자신의 보유지분과 네이버의 재무 구조 등을 설명했다. 이 전 의장이 이미 공정위로부터 동일인(총수) 지정을 예고 받았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공정위는 다음달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총수가 있는 기업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 의장은 공정위 측에 네이버에서 자신의 보유 지분이 4%대에 불과하고 네이버에서 글로벌 투자 책임만 맡고 있어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지배구조도 국내 일반 대기업과 달라 총수는 ‘네이버 법인’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올 3월 네이버 이사회 의장서 물러난 뒤 국내 사업협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공정위는 보유지분 외에도 실제 경영권 및 인사권 행사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총수를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한다. 이 경우 회사의 잘못 등에 대해서도 총수가 책임을 지게 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법적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민간기업의 오너가 총수 지정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으로 네이버는 지난해까진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활발한 인수합병 등을 거치면서 6월 기준으로 7조2015억 원까지 자산이 크게 늘었다. 해외자산을 빼고도 올해는 5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공정위가 네이버의 관계사 범위 등을 폭넓게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이 유력해졌다.

지금까지 총수 없는 대기업은 KT, 포스코, 농협처럼 공기업으로 출발한 회사들이 주로 지정됐다. 민간기업이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오너일가의 책임 회피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을 두고서도 이 전 의장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을 만나 공정위와 관련된 내용 없이 환담만 나눴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측은 회사의 입장을 조만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임현석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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