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의 상용화와 표준화는 한국이 정보기술(IT) 주도권을 확보하고 국산 기술의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관련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 없이 네트워크만 개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IT 전문가들은 글로벌 5G 경쟁구도 가운데 한국이 기술 경쟁력은 강하지만 콘텐츠와 서비스 등 돈을 벌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은 취약하다고 말한다. 2년 앞으로 다가온 표준화 이후를 대비해 새로운 전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5G가 단순한 이동통신 기술이 아닌 산업 생태계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홍대형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5G는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통신사업자-장비업체-단말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수직적 생태계와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요구되는 수평적 생태계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5G가 만드는 ‘새 판’이 특히 중소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다고 봤다. 홍 교수는 “한국은 아직 이종(異種)산업 간 협업을 통한 플랫폼 등 수평적 생태계를 만드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정부보다 산업체 차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국내 산업계는 서로 다른 업종끼리 머리를 맞대고 기술을 논의한 경험이 부족하고 산업융합 과정에서 컨트롤타워가 없고 규제가 많은 점 등이 약점”이라며 “인력과 재원 등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것을 하기보다 조선업 등 한국이 강점이 있는 분야를 발굴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업체 모두 기술 표준화에 올인하는 정책에 그치지 말고 표준화 이후 먹거리를 준비할 수 있는 균형감도 요구했다.
최준균 KAIST 교수는 “5G시대엔 네트워크 연결자보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이종산업과의 협업을 통한 플랫폼과 수평적인 생태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먹을 음식 없이 숟가락 젓가락만 있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5G 기술 표준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와 사회문화 분야까지 고려하고 준비 중인 유럽처럼 한국 정부도 기술과 생태계 조성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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