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O를 선택하셨다면 ‘아재’입니다. 인정하셔야 합니다. 진짜 그렇습니다. 요즘 흰 달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 ‘살충제 달걀’ 때문에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그걸 핑계 삼아 제 주변에 (아주 드물게) 있는 1990년 이후 출생자에게 ‘흰 달걀’에 대해 물었더니 ‘그런 건 외국에나 있는 거 아닌가요?’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더군요.
‘부활절 때 흰 달걀에 그림 그려보지 않았냐’고 물어도 구석기 시대 사람처럼 쳐다보더군요. 요즘에는 파라핀에 담가서 색깔을 낸다고 합니다. (네, 저는 가톨릭 냉담자입니다.)
그래서 자료를 뒤져 보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흰 달걀은 언제 우리 곁에서 사라졌을까?
한국가금학회에서 펴낸 ‘1993 한국의 양계’에 해답이 들어 있었습니다. (가금·家禽은 집에서 기르는 거위, 닭, 오리 같은 날짐승을 뜻하는 낱말입니다.)
갈색산란계(褐色産卵鷄) 그러니까 갈색 달걀을 낳는 닭 사육 비율은 1991년 이미 98%에 달했습니다. 대한양계협회에 물어봤더니 현재 이 비율은 99%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1986년에 갈색 달걀을 낳는 닭을 키우는 비율이 이미 60%를 넘어섰으니 아직 나이가 30대 중반 이하이신 분들은 흰 달걀을 잘 보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아재들만 ‘흰 달걀 전성시대’에 살았던 셈입니다.
그러면 어떤 닭이 흰 달걀을 낳고, 어떤 닭이 갈색 달걀을 낳을까요? 알 낳는 닭은 크케 레그혼 같은 흰색 품종과 로드 아일랜드 레드, 뉴 햄프셔 같은 갈색 계통 품종으로 나뉩니다. 깃털 색이 그렇다는 뜻이죠. 깃털 색을 결정하는 색소가 달걀 껍데기 색깔도 결정합니다. 그래서 흰 닭은 흰 달걀을 낳고, 갈색 닭은 갈색 달걀을 낳습니다.
백인종이라고 황인종보다 더 뛰어난 인종이 아닌 것처럼 달걀 색깔도 맛이나 영양분 등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흰색 달걀이 많았던 건 흰 닭이 사료를 적게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생산비도 낮출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기술 발달에 따라 갈색 닭도 달걀 생산력이 올라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흰 닭은 보통 달걀 생산만 가능하지만 갈색 닭 품종은 달걀과 고기를 모두 얻을 수 있는 난육(卵肉) 겸용 품종이어서 농가에서 갈색 닭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면서 “1980~90년대 달걀 유통업체에서 ‘토종 달걀’, ‘황금달걀’ 마케팅을 벌여 소비자들도 갈색 달걀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03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양계협회, 우송대, 충남대 공동 연구진이 내놓은 논문 ‘난각색에 대한 한국 소비자 기호도 조사’에 따르면 9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인들은 갈색 달걀에 6.27점을 준 반면 가장 흰 달걀에는 4.51점밖에 주지 않았습니다.
연령대별로 봐도 20~30세를 제외하면 모두 제일 갈색 달걀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가장 젊은 이 세대는 제일 흰 달걀에 제일 낮은 점수를 준 유일한 집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확실히 젊은 세대에게 흰 달걀은 낯설다고 봐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물론 갈색 달걀을 선호하는 게 전 세계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독일 소재 육종 회사 로만 티어주흐트에서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유럽, 동아시아에서는 갈색 달걀을 선호하지만 라틴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중동에서는 흰 것을 선호하죠.
그래도 색깔보다 더더욱 중요한 건 역시 신선도일 터. 다시 흰 달걀을 먹어 보고 싶은 마음 정도는 얼마든 포기할 수 있습니다. 갈색 달걀이라도 아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신다면 아래 추천 버튼을 힘차게 눌러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