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사막에선 매해 8월 마지막 한 주간 ‘버닝맨’ 축제가 열린다. 마약도, 자유로운 만남도 허용되는 광란의 파티다. 오죽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 딸들이 버닝맨 축제에 가는 건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을까.
하지만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버닝맨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실리콘밸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알파벳 회장인 에릭 슈밋도 소문난 버닝맨 마니아다. 그가 2001년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CEO로 낙점받게 된 중요한 연결 고리도 버닝맨이었다.
‘불을 훔친 사람들’의 저자인 스티븐 코틀러와 제이미 윌은 버닝맨이 선사하는 ‘몰입의 기술’에 주목한다. 극도의 몰입 상태가 되면 금기를 깨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 무아의 경지에 빠져드는 ‘엑스타시스(ecstasis·그리스어로 자신을 넘어서는 것)’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정관념과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사고를 통해 새로운 방법과 방식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틀러는 4년간 수많은 혁신가를 만나 새로운 영감을 어떻게 얻는지에 대해 물었다. 명상 수련을 하는 군 장교부터 향정신성 의약품을 몰래 모으는 소송 변호사나 극소량의 환각제를 흡입하는 엔지니어에 이르기까지 인터뷰 대상자들도 다양했다. 이들은 놀랍게도 엑스타시스에 도달하게 되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공통된 답을 내놨다. 최고의 몰입이야말로 영감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졌고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복잡성도 증대됐다. 그에 따라 창의적인 사고와 해법의 중요성 역시 커졌다. 그만큼 몰입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물론 몰입에 대한 맹신은 경계해야 한다. 혁신을 위한 수단이자 도구일 뿐 엑스타시스에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 몰입 상태의 장점을 냉정하게 인식하되 현실에 대한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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