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임기철]숨겨진 성장률 0.5% 찾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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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희망찬 여론이 여전히 크다. 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 고령화, 주력 산업 침체 등으로 한국형 뉴노멀 시대라고 불리는 현 경제 현안을 간과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를 옭아매는 것은 역동성의 저하다. 일본은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4%대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그 절반인 2%대에 불과할 거라는 전망도 들린다. 차세대 성장 엔진은 요원한데 대기업 증세, 최저임금 인상, 북한발 안보 위협 등으로 기업 경영에 간난(艱難)의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성장이란 결국 혁신의 결과물이다. 혁신이 동력으로 작동해 나타난 경쟁력 증대를 수치로 그려내는 과정이다. 혁신이 출발점이며 그 성과가 소득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소득주도형 경제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가계 소득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방식이다.

그런데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창출한다. 소득 증대가 성장으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려면 연구개발(R&D)을 통한 혁신이 개입돼야 한다. 소득주도와 혁신주도 성장이 이상적으로 결합하는 접점을 찾는 일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소득주도 혁신은 ‘과거 혁파, 현재 개선, 미래 지향’이라는 세 축으로 달성할 수 있다.

과거 혁파는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어져온 낡은 제도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의 혁신 성과를 이끌어내 숨겨진 성장률 0.5%를 찾는 시도라고 하겠다. 현재 개선은 소득 보전 등의 방법으로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강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마지막 미래 지향은 성장동력의 원천인 혁신을 고양시켜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핵심적인 혁신은 ‘아이디어→R&D→사업화’의 과정을 거쳐 나타난다. 이런 선순환이 일어나는 곳을 ‘혁신생태계’라고 일컫는다. 따라서 크고 작은 혁신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가늠해보고 적재적소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혁신을 중심으로 ‘기업의 R&D 사업화→매출 증대→일자리 창출→소비 확대→기업 수익 증대→R&D 투자’라는 선순환이 나타나야 한다. 이 고리를 완성시킨다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분명 성공할 것이다.

혁신을 가장 원천적으로 주도해야 하는 주체는 과학기술계다. 국가 R&D 체계가 튼튼해야 기술 이전, 기초과학 지원 등을 통해 기업 혁신도 이끌 수 있다.

과학계 내부에서는 정부 출범 100일에 대해 다소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잃어버렸던 ‘과학기술 중심부처’를 되찾은 데 대해서는 고무적인 반응이 많다. 그러나 청와대에는 과학기술 분야를 총괄할 보좌관이 아직 한 명뿐이다. 새롭게 출범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규모와 역할도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 정책을 집행하고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빈약하다는 얘기다.

반대로 관료 조직의 축소가 연구 자율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많다. 민간 R&D 투자와 역할을 키우고, 규제 및 행정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과학기술계의 자율성과 연구 몰입도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들린다.

과학기술계는 외부의 위협과 내홍을 이겨내고 현 경제 체제에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어떤 점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과학계 내·외부 인사가 머리를 맞대고 치밀하게 논의해야 할 시기다.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경제성장#성장률#과학기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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