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하는 한국 자동차산업]
SUV-전기차 관련 부품 수요 늘어… 품질 격차 줄어 한국에 부메랑 우려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매출 급감으로 코너에 몰린 한국 자동차부품회사 중 일부는 중국 완성차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다.
국내와 중국에 공장을 두고 현대·기아차 등에 자동차부품을 공급하는 A사는 수년 전부터 부품을 공급해온 중국 현지 기업의 수요가 늘고 있어 최근 현대·기아차의 매출 감소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중국에서 공장 2곳을 운영하는 A사는 1곳에서는 아예 중국 토종 기업을 위한 특화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임원인 B 씨는 “중국 지리자동차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 회사도 전년 대비 수주량이 40% 이상 늘었다”며 “현대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도 점차 현지 업체를 위한 부품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하면서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배터리 장비 및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전기차 관련 국내 업체도 수혜를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8∼2020년 전체 자동차 생산량 가운데 전기차의 비중을 각각 8%, 10%, 12%로 높여 나갈 예정이다. 전기차 의무판매제도가 시행되면 중국의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18년 200만 대에서 2020년 32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중국 배터리업체가 2차전지 배터리의 설비 용량을 늘리기 위해 한국 부품업체들에 발주를 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부 배터리 소재부품 업체들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100% 이상씩 오르기도 했다.
중국뿐 아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인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지난해 한국을 꺾고 세계 자동차생산 5위 국가로 성장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토종 업체들의 합작법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중국이나 인도 완성차 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차와 해외 경쟁 차 간의 품질 격차가 더 빠른 속도로 좁혀지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부품사들이 어려워지면서 톱 수준의 연구개발(R&D) 인력들이 중국 업체로 옮겨 가는 사례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완성차에 이어 중국 부품업체들의 경쟁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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