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다음 달 1일 하반기(7∼12월)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다. 이와 함께 ‘5년간 7만 명 채용, 비정규직 1만 명 정규직화’를 위한 세부계획도 확정해 내놨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롯데의 이 같은 고용 전략이 재계 전체에 훈풍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다음 달 1∼14일 하반기 신입사원 지원 접수를 한다고 23일 밝혔다. 11월 3∼16일 동계 인턴 신청도 받는다. 식품, 관광·서비스, 유통, 석유화학, 건설·제조, 금융 분야 등의 45개사가 채용에 참여한다. 규모는 신입사원 900명과 인턴 400명 등 1300명이다.
롯데는 스펙보다는 능력 위주의 채용 기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게 이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1∼6월)까지는 보통 계열사별로 면접 인원의 5∼10배수가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하반기부터는 서류전형 통과 비율을 15∼20배 정도로 높여 최대한 많은 지원자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그 대신 롯데의 고유 조직·직무적합도 검사인 ‘L-TAB(엘탭)’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과거 롯데그룹 지원자들은 면접을 보러 가는 날 엘탭을 함께 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10월 21일 하루를 할애해 엘탭을 치르게 된다. 엘탭을 통과하지 못한 지원자들은 ‘엘탭 평가과목별 피드백’을 e메일로 받게 된다. 기존에 면접 불합격자들에게 제공하던 ‘면접전형별 피드백’을 엘탭으로 확대한 것이다.
신입공채와는 별도로 지원자의 직무수행 능력만을 평가하는 ‘롯데 SPEC태클’ 채용도 10월에 진행한다. 최근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도 SPEC태클 채용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지원자들은 신청 시 이름, 연락처와 함께 해당 직무 관련 기획서나 제안서만 제출한다. 평가는 회사별, 직무별 특성을 반영한 주제 관련 미션 수행이나 프레젠테이션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롯데그룹은 이 채용방식을 통해 매년 상·하반기 100여 명씩 연간 200여 명을 선발하고 있다.
롯데그룹 인사담당자는 “능력 중심 채용을 강화해 역량과 도전정신이 있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신규 채용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계획도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직접 이 혁신안을 발표한 지 10개월 만이다. 사실 이 계획을 그대로 실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고, 그 결과 현재 중국 현지 롯데마트 99개 중 87개가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런 상황에서 그룹 공채 및 인턴 외에 계열사 채용, 경력사원 채용 등을 통해 상반기에 7200명가량을 선발했다. 하반기에도 신입공채를 포함해 6100명을 추가로 선발할 예정이다. 올해 채용 규모는 1만3300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는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채용인원을 늘려 2017∼2021년 5년간 7만 명 채용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룹 내 비정규직들도 지난해 10월 발표 이후 올해 6월까지 모두 2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롯데그룹은 올해 하반기 2600명, 내년과 내후년 각각 2200명씩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신규 사업이나 퇴직 인원을 보충하기 위한 인력을 포함해 총 1만 명 수준의 비정규직을 전환할 계획이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부산 본점에 청년들의 취업 및 문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두드림 센터’를 오픈했다. 1층에는 문화전시공간(갤러리)과 청년 창업가를 위한 특설 매장이 들어선다. 2층에는 청년 커뮤니티 공간과 교육장, 사무실 등이 마련된다. 3층의 옥상 테라스에는 청년들의 휴게 공간 및 야외전시, 무대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은 이날 오픈 기념식에 직접 참여해 서병수 부산시장, 백종헌 부산시의회 의장, 하계열 부산진구청장 등과 함께 센터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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