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신세계에 “30일까지 백화점 부지 매입 계약하라” 통첩
주변 상인 반대… 상생 협의 표류
사업지연 배상 소송전 가능성도
신세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 세우려던 백화점 때문이다. 부천시는 이달 말까지 백화점 부지를 매입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인근 상인들이 건립에 대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23일 김만수 부천시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세계는 이달 30일까지 백화점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신세계가 인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청라국제도시에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면서 부천 백화점 사업을 미루면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가 토지 매매계약을 이달 안에 체결하지 않을 경우 부천시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통해 협약이행보증금 115억 원과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 등을 신세계 측에 청구한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당혹스럽다. 신세계 관계자는 “아직 토지 매매계약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상생 협의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세계는 2015년 부천시의 상동 영상문화산업단지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초 7만6034m²(약 2만3000평) 부지에 ‘스타필드 부천’ 복합쇼핑몰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백화점으로 계획을 바꿨다.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와 호텔, 쇼핑몰을 빼고 당초 계획의 절반인 3만7373m²(약 1만1305평) 부지에 백화점만 세우기로 했다.
그마저도 인천 부평구 상인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천시의원들도 상인들을 지지하고 있다. 올해 4월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가 인천 부평역 유세에서 “복합쇼핑몰로 피해를 보는 50, 60대 자영업자들을 꼭 챙기겠다”고 발언하면서 반대 논리에는 힘이 더 실렸다.
신세계는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5월 부천시에 “3개월 동안 상인들과 상생 협의를 마친 후 토지 매매계약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이면 약속한 3개월이 다 되지만 협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
지자체가 유통 기업에 부지를 매각한 뒤 인허가를 내주지 않은 선례가 있다는 사실도 신세계로서는 부담이다. 롯데 상암몰이 대표적 사례다. 롯데백화점은 2013년 1972억 원을 들여 서울시와 토지매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상생 협의를 마쳐야 건축 인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해 4년째 땅을 놀리고 있다. 롯데는 4월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7일 1차 변론을 마친 상태다.
부천시는 서울시와 달리 건축 인허가 시점에 상생 협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 신세계는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가 상생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개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경북 포항시 롯데마트 두호점은 2013년 완공까지 했지만 대규모 점포 등록 허가를 내지 못해 4년째 두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야 부지를 팔고 나면 굳이 개장까지 도와줄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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