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에 현안보고
“북핵 리스크-무역환경 악화로… 추경 감안해도 2%대 후반 성장”
정부는 금리인상 필요성 내비쳐… 李총재 “시장 영향미칠 발언 신중해야”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연 3% 목표에 대해 한국은행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른 나랏돈 투입 효과보다 대내외 불확실성 변수가 더 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이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달 31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 상승을 잡겠다며 내심 기준금리 인상을 바라는 정부와 정책 엇박자가 날 여지가 생긴 것이다.
28일 한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에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글로벌 경기 회복, 추경 집행 등에 힘입어 2%대 후반의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다”고 진단했다. 올해 성장률이 3%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란 뜻이다.
한은은 지난달 내놓은 ‘올해 하반기(7∼1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8%로 전망하며, 여기에 반영되지 않은 추경 효과를 감안하면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은은 이날 현안보고에서 추경을 해도 3% 성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한은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북한 충격이 있을 때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점을 지적했다. 8월 들어 22일까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72%에서 1.80%로 올랐고,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에 따라 달러당 1119원에서 1133.8원으로 14.8원 올랐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순매도 행진에 최고치를 경신하던 코스피는 북한 리스크가 불거진 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며 2,402.7에서 2,365.3으로 37.4포인트 하락했다.
무역 환경이 악화하는 점도 우려할 요인이라고 한은은 지목했다. 미국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가 걸려 있고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신경전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한은이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당분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기준금리 인상의 또 다른 명분이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최근 조기에 단행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연설)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나 경기 동향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한은과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엇갈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통위 결정에 압력이 될 수도 있다.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준금리가 연 1.25%인 상황은 사실 좀 문제가 있지 않으냐”며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가계부채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저금리 환경을 끝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 압력 논란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기재위에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발언은 시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정부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라는 주문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 금리정책에 관한 한 금통위원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독립적으로 결정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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