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일자리 寶庫로 거듭나는 농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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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승용 농촌진흥청장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해가 지면 서늘함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가을이 찾아온 고택(古宅) 안마당은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단정하게 정돈된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자리를 잡는다. 한쪽에선 음료가 제공되고 그 사이 저녁식사가 준비된다. 각종 채소가 들어간 메뉴가 눈을 먼저 즐겁게 한다. 연근, 고구마, 가지, 요구르트, 두부, 표고버섯 등 모두 지역 농산물로 차려진 건강식이다. 잠깐 머물다 가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여건만 된다면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누군가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농촌진흥청 블로그 기자단이 충남 홍성군 거북이 마을을 찾아 고택 체험을 했다. 홍성도농교류센터가 주선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맷돌로 두부콩도 갈아보고 쑥떡도 만들어서 나눠 먹었다. 센터 관계자는 물론이고 식사를 준비한 요리사, 멋진 음악을 선사한 연주자 모두 30, 40대로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젊은이들이었다. 도시를 떠나 농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귀촌인들이었다.

농업과 농촌에 요즘 불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다.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힐링이 부각되면서 농촌이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과 농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귀농·귀촌을 돕는 도우미도 있다. 올 2월 확장 개장한 ‘귀농귀촌종합센터’이다.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2005년 1000여 가구에 불과했던 귀농·귀촌 가구는 2015년 33만 가구로 급증했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층의 귀농·귀촌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신개념 농업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스타 농업인까지 등장하면서 농업은 신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농촌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농업과 관광을 접목시킨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추세다. 농촌의 일자리는 농산물 생산이나 가공에 머무르지 않고 숙박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겨나고 있다. 농촌을 찾는 관광객들이 일정 기간 농촌에서 숙박하는 체류 관광을 선호하면서 인력 수요가 맞물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농촌진흥청은 청·장년층이 도전할 만한 ‘농업·농촌 유망 일자리 10선’을 선정했다. 농촌을 청소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획자 역할을 하는 ‘농촌교육농장 플래너’, 지역 특산물을 소비자 취향에 맞게 조리하거나 상품화하는 과정을 총괄하는 ‘농가카페 매니저’ 등이 대표적이다. 곤충전문 컨설턴트, 초음파 진단관리사, 스마트 농업전문가, 협동조합 플래너 등도 귀촌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도전해볼 만한 직업으로 꼽혔다.

농업 융합형 일자리 창출로 농업인의 소득 안전망이 확충되고 지속 가능한 농식품 산업의 기반이 조성된다면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 만들기는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여기에 교육, 문화, 보건 인프라가 보충되어 정주 여건이 개선된다면 농촌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삶의 질을 추구하고자 농촌을 선택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를 찾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우리 모두 삶의 여유와 내면의 행복을 동시에 누리며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인공들이 될 수 있다. 농촌은 국민 누구나 언제든지 안길 수 있는 쉼터이자 삶터이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 어머니 품 같은 농촌의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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