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인천공항 사업권 포기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임대료 인하 요구하며 극단적 카드
공항공사 “정부 승인없인 못내려”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업체들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면세점 철수라는 극단적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4일 “임대료 문제를 놓고 인천공항공사와 협상을 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사업권 포기까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포기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라, 신세계 등 다른 면세점 업체들도 사드 보복과 시내 면세점 증가, 특허수수료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국토교통부의 승인 없이는 임의로 사용료를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면세점 수익이 15% 줄어들자 인천공항공사는 임의로 사용료를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추후 ‘법인세 회피 목적으로 사용료를 인하했다’고 지적하면서 추가과징금을 냈다.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인천공항 이용객들은 올해 1∼7월 전년 동기 대비 7.4% 늘었다. 1∼8월 공항 내 면세점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가량 늘었는데 면세점이 수익 악화를 운운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인천공항공사 측 주장이다.

공항 면세점은 본래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인천공항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적자를 내면서도 공항 면세점을 유지해 온 것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형태의 계약을 맺는 ‘자충수’를 뒀다. 이제 와서 철수까지 운운하는 것은 임대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민지 jmj@donga.com·손가인 기자
#롯데면세점#인천공항#임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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