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가 보잉을 사들일 수 있을까? 아직까진 추측이지만 그렇다고 설득력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Could GE Buy Boeing? It’s Speculation Now, But Not Entirely Far-Fetched).”
미국 ‘시애틀타임스’의 1993년 9월 2일자 1면 기사 제목이다. 당시 시애틀타임스는 GE의 경영자인 잭 웰치가 보잉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추측성 보도를 대서특필했다. 그날 시애틀타임스는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이처럼 다양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인수합병(M&A) 기사에는 언제나 대중의 관심이 쏟아진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와 미시간대 공동연구팀이 M&A 루머와 관련된 언론 기사가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해 연구했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501개의 M&A 루머와 관련된 2142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일단 기사화된 M&A 루머에 등장한 피인수 기업은 대체로 규모가 큰 상장기업이었으며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또 광고홍보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기업과 소비재 판매 기업이 M&A 루머에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했다. 한마디로 기사에 소개되는 기업은 대중에게 익숙해 보도가치가 높은 기업이었다.
연구팀은 보도된 기사의 특성과 정확성 사이의 관계도 들여다봤다. 보도 후 1년 이내에 실제로 피인수 기업에 공식적인 M&A 제의가 있었는지 여부로 정확성을 판단한 결과 정작 보도가치가 높은 루머일수록 기사의 정확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의 경우 M&A 루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61% 정도 낮았다. 이는 언론매체들이 독자층을 두고 서로 능동적으로 경쟁하며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M&A 루머에 대한 언론 보도의 실질적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추가 분석에 따르면 M&A 주체들은 대개 인수가격을 결정할 때 언론 보도에 따른 주가 변동 가능성을 인지하고 루머가 보도되기 전 시점의 주식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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