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는 일부 고층 동은 한강의 물결을, 저층 동은 한강에 떠다니는 요트 모양을 본떠 외관을
설계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GS건설이 제안한 ‘자이 프레지던스’ 조감도. 아파트 동과 동을 연결하는 145m짜리
스카이브리지를 만들어 ‘하늘 위의 커뮤니티 시설’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건설·GS건설 제공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수주전’의 막이 올랐다. 신흥 부촌(富村)으로 자리매김한 반포의 랜드마크가 될 아파트 사업을 따내기 위해 메이저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사활을 건 경쟁에 나섰다. 두 건설사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주거문화를 선보일 ‘작품’을 만들겠다”며 단지 설계부터 사업 비용 확보 등과 관련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2년 6개월 만에 부활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두 회사 모두 후분양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분양 손실까지 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일각에서는 ‘출혈경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은 두 메이저 건설사의 명예뿐만 아니라 강남 재건축 사업의 향배, 더 나아가 ‘8·2부동산대책’의 명암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서울 ‘부촌지도’ 바꿀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1973년 지은 반포주공 1단지(1, 2, 4주구)는 현재 지상 6층, 2120채 규모다. 재건축을 통해 지상 최고 35층, 5388채(전용면적 59∼212m²)의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한다. 한강과 맞닿아 있는 데다 교통 여건, 학군 등이 좋아서 강남의 랜드마크 아파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반포주공 2, 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2008년 입주·3410채)와 ‘래미안 퍼스티지’(2009년·2444채)는 반포를 신흥 부촌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당시 서초구가 강남구를 제치고 서울 아파트값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에 반포주공 1단지가 재건축을 끝내면 강남권의 부촌 지도가 또 한번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반포주공 1단지는 공사비만 약 2조6000억 원. 대형 건설사의 1년 치 주택 수주 금액과 맞먹는다. 여기에 사업비, 공사비, 이주비, 중도금 대출 등을 더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9조∼10조 원대에 이른다. 재건축 조합이 주체가 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반포주공 1단지는 조합과 시공사가 함께 사업을 시행해 수익을 나눠 갖는 ‘공동사업시행’으로 진행된다.
건설사로서는 한강변의 랜드마크 아파트를 시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향후 재건축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 만큼 자존심을 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 메이저 건설사들의 불꽃 튀는 경쟁
우무현 GS건설 건축부문 대표는 6일 이례적으로 수주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포주공 1단지는 규모나 입지 면에서 주택단지의 차세대 아이콘이 될 것”이라며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수주에 성공해 프리미엄 브랜드 단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아파트 이름을 ‘자이 프레지던스’로 짓고 국내 최고 수준의 청정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H14급 헤파필터를 적용해 초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 ‘중앙공급 공기정화 시스템’을 도입한다. 외관 디자인은 글로벌 건축디자인 회사 ‘SMDP’와 손잡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부산 해운대 제니스타워 등을 설계한 SMDP의 스콧 사버 대표는 “물방울이 튀면서 생기는 모습과 한강의 물결을 본떠 단지를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동(棟)과 동을 잇는 스카이브리지 5개를 만들어 ‘하늘 위의 커뮤니티 시설’도 마련한다.
현대건설은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글로벌 설계 회사 HSK와 손잡고 고층 건물은 한강의 물결을 형상화하고, 일부 저층 동은 요트 모양을 본떠 디자인했다. 또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타워형 구조로 설계해 전체 가구의 70% 이상(3000채)에서 한강을 내다볼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컨시어지 서비스 1위 업체인 ‘퀸터센셜리’와 손잡고 입주자 편의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모친이 한때 반포주공 1단지에 거주했다는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어머니의 집을 짓는다는 심정으로 최고의 주거 명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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