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과열지구 추가지정 여파… 부동산시장 빠르게 얼어붙어
부동산지수 58.9… 45개월만에 최저
정부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는 내용의 ‘8·2부동산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분당의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6일 “이달 들어서도 매매를 하려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오늘(6일)은 대출 규제가 어떻게 강화됐는지 묻는 매수자 문의만 들어온다”고 말했다. 세종시를 제외하고 지방에서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컸다. 범어동의 L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손님이 아예 없어 일대 공인중개사들이 ‘멘붕’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을 받아서 이사를 하려던 실수요자들이 대출한도가 줄었다며 이사를 포기하고 있다”며 “일부 값이 비싼 지역만 보고 수성구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바람에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 어려워지면 실수요자들이 전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전세금이 폭등할 것”이라며 “투기 수요를 잡으려다 진짜 집이 필요한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반면 이번 조치에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한 경기 안양시 평촌과 고양시 일산 등은 상대적으로 잠잠한 분위기. 평촌의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7월 이후 가격이 많이 올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피했다”며 “거래량은 대책 전과 차이가 없지만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지정돼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잇단 부동산 압박에 부동산 경기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경기실사지수(HBSI)는 지난달 전망치 88.8보다 29.9포인트 하락한 58.9를 기록했다. HBSI 전국 지수를 처음 발표한 2014년 이후 45개월 만에 가장 낮다. HBSI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회원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수치로, 이 전망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공급자(건설사)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100을 밑돌면 경기 하락 전망이 더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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