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기업들은 회사나 조직이 정한 방침과 기준을 충실히 따르고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직원을 ‘좋은 직원’이라고 평가한다. 전문용어로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을 많이 하는 직원들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다른 동료들을 놀리거나 회사 기물을 훼손하는 식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나쁜 직원이라고 낙인찍는다.
문제는 좋은 직원과 나쁜 직원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세상엔 절대 선인도, 절대 악인도 없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다. 항상 좋은 일만 하는 좋은 직원도, 항상 나쁜 일만 하는 나쁜 직원도 없다. 똑같은 사람이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직원들은 왜 긍정적 행동과 부정적 행동을 같이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최근 싱가포르와 중국, 미국 등 3개 나라 공동 연구진이 조직시민행동을 하게 된 직원들의 동기가 자발적이었는지에 주목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직원들이 스스로 즐겨서가 아니라 압박감에 의해 조직시민행동을 하게 될 경우 문제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직원들이 좋은 행동을 강요하는 회사 분위기, 혹은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식의 의무감에서 억지로 조직시민행동을 할 경우 ‘내 의사와 무관하게 회사에서 원하는 행동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돼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행동도 서슴없이 행한다는 것이다. 조직문화나 규율을 따르지 않은 다른 직원들을 비난하거나 따돌리는 경우가 대표적 예다.
그동안 기업들은 조직시민행동이 조직에 긍정적 효과를 끼친다고 믿고 직원들에게 이를 강요해 왔다. 하지만 본연구는 조직시민행동을 강요할 경우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은연중에 강압적인 조직 논리를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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