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 문화공간으로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03시 00분


포화상태 커피전문점들
브랜드별 차별화 전략 나서

간판에서 ‘커피’ 글자 지우고
음료 매장서 문화공간 변신

스크린 시설-업무·도서공간까지
메뉴도 빵-쿠키-피자 등 다변화

7일 서울 중구의 한 할리스 매장에 설치된 독서실 형태의 1, 2인 전용 공간에서 직장인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7일 서울 중구의 한 할리스 매장에 설치된 독서실 형태의 1, 2인 전용 공간에서 직장인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7일 서울 중구의 한 할리스커피 매장. 일반 카페에선 볼 수 없는 ‘독서실’ 형태의 좌석이 여러 개 눈에 띄었다. 벽을 바라보고 있는 이 좌석에는 마치 독서실처럼 개인 램프가 설치돼 있었다.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었다.

양복 차림의 한 직장인은 이 자리에서 거래처 직원과 통화를 하며 한창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또 다른 남성은 노트북 컴퓨터와 자료를 번갈아보며 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직장인 김모 씨(36)는 “외근이 많아 밖에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페에 사무를 볼 수 있는 좌석이 생겨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카페가 휴식공간이자 업무공간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커피전문점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휴식공간은 커피전문점의 일부가 되고 식사, 미팅, 업무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급기야 국내 1위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커피 매장 간판에서는 ‘커피(Coffee)’가 사라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현재까지 전국 매장 1070곳 중 38곳의 간판에서 ‘커피’라는 글자를 뺐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올해부터 간판에서 ‘커피’를 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규 매장은 물론이고 기존 매장 간판도 앞으로 ‘스타벅스커피’에서 ‘스타벅스’로 모두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커피를 제외한 다른 식품 매출액의 비중이 점차 커지는 최근 상황이 영향을 끼쳤다. 커피 등 음료 외에 샌드위치, 빵, 쿠키, 부리토(콩과 고기 등을 넣어 만든 멕시코 요리) 등 다양한 메뉴가 생겨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식품 관련 매출은 2014년 720억 원에서 이듬해 870억 원으로, 지난해엔 119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1조 원의 약 12%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과거에는 카페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식사와 문화생활을 즐기는 등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커피전문점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도 음료 외 식품이 전체 메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 등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뛰어넘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투썸플레이스 매장에는 회의나 세미나 공간으로 쓸 수 있는 커뮤니티룸이 2곳이나 따로 마련돼 있다. 주로 주변 직장인들이 회의공간으로 많이 사용하는 곳이다. 이 매장 관계자는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일주일에 평균 10건 이상 예약된다. 일찍 잡지 않으면 쓸 수 없을 만큼 최근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장의 다른 층에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스크린 시설과 도서공간까지 마련돼 있었다. 마치 하나의 문화시설을 보는 듯했다.

커피전문점의 이 같은 변화는 매장 ‘포화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브랜드는 2015년 285개에서 지난해 325개로 늘었다.

커피전문점 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 브랜드끼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커피만으로는 승부를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브랜드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면서 커피전문점이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스타벅스#할리스#카페#문화공간#독서#독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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