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한국이 중국과 대만에 밀려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론’이 퍼지고 있지만 이는 산업구조 변화와 국내 업체들의 ‘출구전략’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LCD 대신 선택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가격 경쟁력을 빨리 확보하는 것에 출구전략의 성공이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위츠뷰 등은 올해 중국과 대만의 대형 LCD 패널 생산능력(면적 기준)이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비중은 지난해 34.1%에서 올해 28.8%로 내려가는 반면 중국은 30.1%에서 35.7%, 대만은 28.9%에서 29.8%로 오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2005년 일본을 제치고 오른 1위 자리에서 12년 만에 내려오게 된다. 대형 LCD 패널 분야에서 중국이 생산량 1위에 오르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몇 년간 BOE, HKC,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2019년이면 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LCD를 계속 붙잡고 있다가는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올해부터 LCD 패널 가격은 본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200달러를 넘던 55인치 LCD 패널 가격은 현재 170달러대로 떨어졌다. 올해 말이면 160달러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중국 공업화신식부 측이 4월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CITE’ 기조연설에서 “투자 과열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는 등 중국 내부에서조차 과잉 생산 논란이 일고 있다. 질적으로도 저가형 제품 위주인 것도 문제다.
이에 한국과 일본 업체들은 LCD 생산 비중은 줄이면서 OLED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갈아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천안 LCD 공장을,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 LCD 공장을 폐쇄했거나 추가로 폐쇄할 계획이다. 그 대신 삼성은 스마트폰용 소형 OLED 분야에서, LG는 TV용 OLED 분야에서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95% 수준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일찌감치 ‘OLED 진영’에 뛰어들었다. 1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7’에서 OLED TV를 전시한 업체는 13개로, 2015년(4개)보다 크게 늘었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업체를 비롯해 뱅앤올룹슨(B&O)까지 OLED 진영에 합류했다.
너도 나도 OLED 진영에 뛰어드는 이유는 OLED를 채용한 ‘프리미엄’을 내세워 얻을 수 있는 수익성 때문이다. OLED 수익성은 LCD의 2∼3배 정도로 평가된다. 현재 TV 시장에서 프리미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수년간 실적 부진을 겪어온 일본 업체들이 최근 무섭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OLED 진영에 합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LCD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LCD는 곧 범용시장이 돼 버릴 것”이라며 “한국이 OLED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면 역으로 LCD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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