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약점으로 지목되어 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에 의존한 경제 성장이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있다. 10대 그룹의 성장세가 없었다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의 성장과 수출이 둔화되는 순간,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
▼8월 BSI, 수출 84 vs 내수 75… 9년만에 최대 격차▼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이 경기에 대해 체감하는 온도 차이가 2008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수출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발판삼아 매출을 늘리는 반면, 느린 내수 회복세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국내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수출기업의 업황 BSI는 8월 84로 나타났다. 반면 내수기업의 업황 BSI는 75로, 수출기업에 비해 9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업들의 경기에 대한 판단을 나타내는 BSI는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곳이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매출 중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은 수출기업으로, 50% 미만은 내수기업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11월까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던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BSI 차이는 올해 1월부터 커지기 시작했고, 5∼7월 3개월 동안은 두 자릿수 이상으로 벌어졌다. 1∼8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업황 BSI 차이는 8.5포인트로, 이는 2008년 월평균 차이 9.3포인트 이후 최대 규모다.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BSI가 100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출기업보다 내수기업들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8월 월간 수출액 기준 사상 최대치인 87억6000만 달러 수출을 기록하는 등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최근 회복되는 듯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에 타격을 받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상반기 영업이익 상승률, 10대그룹 72% vs 나머지 1.3%▼
올해 상반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10대 그룹을 제외하면 1%대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정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일부 대기업의 이익 편중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재벌닷컴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반기 보고서를 공시한 코스피, 코스닥 1904개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별도 기준)을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은 66조17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9조3400억 원)보다 3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것처럼 보이지만, 10대 그룹 상장사를 제외하면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했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39조3400억 원으로 지난해 22조8600억 원에서 72.1% 급증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813개 상장사 영업이익은 26조4800억 원에서 26조8300억 원으로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10대그룹 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6.3%에서 올해 59.5%로 13.2%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그룹 계열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33조5000억 원으로,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50.6%를 차지했다. 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개선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소수의 일부 기업들만 영업이익 개선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기업 실적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 환경의 변화로 대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하면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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