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에너지로 전기차 운행… 사막위 ‘탄소제로 도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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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바꿀 미래사회]<3> 중동의 친환경 미래도시

두바이의 ‘지속가능한 도시’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사륜카트가 주요 교통수단이다(위쪽 사진). 아부다비의 
마스다르시티 내의 중앙광장은 사막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가운데에 우뚝 선 윈드타워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대기 상층의 바람을 지면으로 흘려보내 체감온도를 낮춰 준다. ‘지속가능한 도시’·‘마스다르시티’ 제공
두바이의 ‘지속가능한 도시’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사륜카트가 주요 교통수단이다(위쪽 사진). 아부다비의 마스다르시티 내의 중앙광장은 사막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가운데에 우뚝 선 윈드타워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대기 상층의 바람을 지면으로 흘려보내 체감온도를 낮춰 준다. ‘지속가능한 도시’·‘마스다르시티’ 제공
미래의 자동차는 도시 전체를 친환경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시의 대표적인 오염원인 내연기관 자동차가 없어지면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 것이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

인구 900만 명의 도시국가 연합인 아랍에미리트(UAE)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진입할 수 없는 도시’라는 과감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 첫발을 내딛고 있다. UAE 수도 아부다비에 ‘탄소 제로’ 도시를 표방하며 건설 중인 ‘마스다르시티’가 그 주인공이다. 마스다르는 아랍어로 ‘자원(resources)’을 뜻한다.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방식 자체를 새로운 ‘수출 자원’으로까지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지난달 8일(현지 시간) 방문한 마스다르시티의 첫인상은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성 같았다. 도시 전체 크기는 약 600만 m²(약 182만 평)로 여의도(한강 하천 바닥까지 포함) 면적의 4분의 3쯤 된다. 방문객들은 도시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은 뒤 태양광 에너지로 충전된 ‘개인 궤도 자동차(PRT)’를 타고 도시로 들어간다. 2명씩 마주 보고 앉도록 설계된 PRT는 평균 시속 40km로 약 1km 구간을 무인 운행한다. 정차 때는 선로에 부착된 충전장치를 통해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PRT 디자인에는 페라리,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마스다르 디자인 매니저인 크리스 완 씨는 “PRT는 마스다르시티가 구상 중인 이동 개념의 일부”라고 말했다.

마스다르시티는 아직도 건설이 진행 중인데, 거주지역이 완성되면 마스다르시티 내에서는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다양한 친환경 이동수단이 도입될 예정이다. 아부다비 시내에서 마스다르시티로 이동할 때도 친환경 트램(노면전차)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마스다르시티에서는 여느 중동 도시와 달리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궁극적인 친환경 이동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걷기’를 장려하기 위해 특별한 송풍 장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 중앙에 설립된 윈드타워가 그 장치다. 윈드타워는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대기 상층의 바람을 끌어와 도시의 거리로 흘려 보낸다.

마스다르시티의 건물들은 또 대부분이 필로티로 떠받쳐지는 형태로 지어졌다. 인위적으로 그늘을 만들어 사막 기후에서도 걷는 생활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더운 날씨 탓에 일반적인 중동 도시에서는 내연 자동차로 ‘도어(door) 투(to) 도어(door)’로 이동하고 있다. 완 씨는 “마스다르시티의 체감온도는 아부다비 시내와 비교하면 최대 20도까지 낮다”고 말했다.

석유로 부(富)를 축적한 아부다비 국영 투자개발회사인 무바달라는 2006년 마스다르시티 건설에 220억 달러(약 25조 원)를 투자하겠다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다. 마스다르시티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민간자본 유치가 어려워지자 투자목표 금액을 줄이고 설계도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마스다르시티 측은 “현재로서는 탄소제로를 실현하지 못했지만 에너지 활용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UAE에서 눈여겨볼 친환경 도시 실험은 또 한 곳이 있다. 두바이 알막툼 국제공항에서 북동쪽으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더 서스테이너블 시티(The sustainable city)’다. 우리말로 ‘지속가능한 도시’다. 지난달 9일 도착한 이곳 온도는 섭씨 4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더위에 아랑곳없다는 듯 아랍 남성 전통의상인 칸두라를 입은 현지인들과 반바지 차림 서양인들이 도심 곳곳에서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일부는 4인용 전기 사륜카트(버기)를 타고 골목을 누볐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이 도시가 선택한 이동 수단이 버기인 것이다. 각 가구에는 전기로 이동하는 버기가 한 대씩 제공됐다.

두바이 부동산개발 사업자인 다이아몬드 디벨로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46만 m² 땅에 태양광 패널이 달린 단독빌라 500채를 5개 블록에 지어 지속 가능한 도시를 건설했다. 화려한 마천루를 건설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해온 두바이의 과거 경제개발 전략이 유지될 수 없다는 반성의 산물이었다.

사막 기후에 특화된 UAE의 이동 방식이나 건축 설계를 한국이 그대로 벤치마킹할 부분은 많지 않다. 하지만 두바이나 아부다비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등 중동의 부국 사이에서 미래를 스스로 준비하는 혁신은 눈여겨볼 만하다. 마스다르시티에 입주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김진영 아부다비소장은 “어려운 자연환경 속에서도 과감한 결단을 통해 친환경 도시를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또 “LG나 삼성의 배터리 기술을 이들이 원하는 친환경 산업에 접목한다면 한국 기업도 아부다비 미래 전략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바이·아부다비=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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