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타르트-쑥잼 등 강화토박이들이 만들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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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7> 강화중앙시장 청년몰 ‘개벽 2333’ 한상영 씨

인천 강화군 강화중앙시장의 청년몰 ‘개벽 2333’은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이 직접 쌓은 제단 ‘마니산 
참성단’이 있는 강화군의 특징을 반영해 이름 붙여졌다. 청년몰의 기획을 이끈 한상영 씨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고조선처럼 청년 
상인들도 전통시장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인천 강화군 강화중앙시장의 청년몰 ‘개벽 2333’은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이 직접 쌓은 제단 ‘마니산 참성단’이 있는 강화군의 특징을 반영해 이름 붙여졌다. 청년몰의 기획을 이끈 한상영 씨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고조선처럼 청년 상인들도 전통시장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인천 강화군 고려궁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개의 작은 건물이 있다. 간판을 새로 달고 앙증맞은 벽화를 그려 넣은 색다른 모습이다. 이곳은 3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강화중앙시장’으로 1981년 개장해 강화도의 중심 상권으로 번성했던 곳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긴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이 시장의 B동 2층에는 청년 창업자들이 꿈을 펼치고 있는 둥지인 청년몰 ‘개벽 2333’이 있다. 들어가 보면 전통시장 내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한 공간이 양옆으로 펼쳐진다. 청년 창업자들의 작은 가게들이다. 중앙에는 천장까지 닿는 초록색 나무 몇 그루가 배치돼 있고 그 주변으로는 벤치와 테이블을 놓아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12일 찾은 청년몰은 평일인데도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이곳 ‘개벽 2333’의 기획을 이끈 한상영 강화군 청년몰 조성사업단 홍보팀장(33)을 만났다.

○ 고조선의 얼을 이어받은 청년 창업가들

“마음 편히 모일 곳이 없는 강화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강화중앙시장의 청년몰 ‘개벽 2333’은 강화 지역에 대한 한 씨의 애정에서 출발했다. 강화도에는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부족했던 데다, 설상가상으로 주민들이 서울과 김포 등 도시로 빠져나가 상권이 쇠퇴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30여 년 사업을 일궈왔던 강화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한 씨는 강화 지역을 다시 살릴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해 말, 소상공인진흥공단과 강화군청이 강화중앙시장에서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진행한다는 공고를 발견하고 기획자로 지원했다. 한 씨는 “청년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낙후된 전통시장을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며 “가게를 3, 4곳 차렸던 창업 경험을 되살려 지역사회에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처음 문을 연 강화중앙시장 청년몰에는 15개의 음식점포와 5개의 가죽공방, 도예공방 등 총 20개의 청년 창업 점포가 들어와 있다. 창업자 모두 강화도에서 태어났거나 3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강화 청년들인 만큼 청년몰의 이름 하나도 가볍게 짓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름은 ‘개벽 2333’. 기원전 2333년 한반도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를 올리기 위해 직접 쌓았다고 하는 ‘마니산 참성단’이 있는 강화군의 특징을 바탕으로 지은 이름이다.

한 씨는 “다양한 후보가 거론됐지만 상인들이 모두 모여 논의한 결과 지역의 특색을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건국 이야기에 담긴 우리 선조의 모습처럼 청년몰의 상인들도 열정으로 전통시장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 관광객·지역민 모두가 어울리는 전통시장

강화도는 빼어난 자연환경과 역사적 유적지가 모여 있어 대표적인 국내 관광지로 손꼽힌다. 청년몰은 강화도를 찾는 관광객을 시장으로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우선 지역 특색을 살려 강화도에서 나는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강화까까’는 강화도의 유명한 특산물인 인삼과 쑥, 고구마 등을 이용해 타르트를 만드는 가게다. ‘전국 5대 타르트집’으로 유명해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화도 쑥을 이용해 잼을 만드는 청년 창업가와 강화도 어시장에서 직접 사 온 생선을 이용해 초밥을 만드는 청년 상인도 있다.

강화중앙시장을 관광 코스로 만들려는 노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청년몰 바로 위층인 3층에는 강화 문화 관광 플랫폼이 들어설 예정이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기 등을 설치해 강화도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관광코스도 확인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오겠다는 취지다. 매년 4월에 열리는 강화 진달래축제, 10월 열리는 강화 고인돌축제와 연계해 시장을 알릴 계획도 갖고 있다. 한 씨는 “축제가 열리는 곳에 청년 상인들이 직접 간이 매장을 차리고 할인 쿠폰을 나눠주는 등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년몰은 지역민과 기존 상인들과의 협력에도 힘쓴다. 3층의 문화 관광 플랫폼에서 지역 여성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며, 시장 A동 앞에 마련한 공원에서 청년몰 플리마켓을 열어 지역민들이 부담 없이 시장을 찾고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곳 청년 상인들은 소상공인진흥공단과 강화군청에서 지원을 받아 올해 12월까지 임차료를 내지 않는다. 이들은 이 임차료만큼의 돈을 모아 제철과일 등을 사 들고 기존 상인들을 찾아가 주기적으로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한 씨는 “청년몰이 기존 강화중앙시장 선배들이 닦아놓은 터 위에 세워진 만큼 감사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4월 개장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3만4000여 명이 방문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우리 청년들이 힘을 모아 옛 강화중앙시장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강화중앙시장#개벽 2333#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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