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관 힘합쳐 ‘수소사회’ 가속… 韓, 컨트롤타워 없이 표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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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바꿀 미래사회]<5·끝> 브레이크 걸린 친환경차 정책

8월 30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지역에있는 도요타의 종합전시장 ‘메가웹’에서 수소차 미라이가 시승 트랙을 주행하고 있다. 도쿄=임현석 기자 lhs@donga.com
8월 30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지역에있는 도요타의 종합전시장 ‘메가웹’에서 수소차 미라이가 시승 트랙을 주행하고 있다. 도쿄=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일본 도쿄의 인공섬 오다이바(ぉ台場)에 위치한 도요타의 상설 자동차 종합 전시공간 ‘메가웹’을 지난달 30일 찾았다. 연간 500만 명이 방문하는 이곳엔 성인과 어린이를 위한 수소차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성인은 미리 예약만 하면 누구나 수소차 ‘미라이’를 운전해볼 수 있다. 수소차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수소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이날 기자도 직접 ‘미라이’에 탑승했다. 엔진이 없으므로 시동을 걸 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엔진 대신 수소와 산소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성하는 연료전지 ‘스택’과 수소탱크를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해 미니 발전소를 장착하고 달리는 셈이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정숙성이 탁월하고 안정적이다.

1.3km 시승코스 주행 뒤 차량을 멈추고 배기구 쪽을 살펴봤다. 물이 새어나와 바닥을 적신 자국이 남아 있었다. 미라이로 100m 거리를 주행할 때마다 약 6mL의 물이 흐를 뿐 아무런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메가웹 직원인 히사미 이가라시 씨는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환경오염이 없는 것에 신기해한다”며 “미래 자동차 기술로 친환경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불린다. 수소차는 연료통의 수소와 대기 중의 산소를 결합해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수증기 외에는 배출가스가 없다.

일본은 수소 에너지 개발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다. 일본 전역에 설치된 수소 충전소는 92곳이다. 국내엔 10곳이 설치돼 있다. 도요타는 2014년 ‘미라이’ 출시 이후 올해 6월까지 전 세계에 판매한 3700여 대 중 1770대를 자국에서 소화했다. 민관이 협력해 수소차를 넘어 ‘수소 사회’를 실현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이는 수소를 매개로 신재생에너지를 국외에서 수입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국가를 만들겠다는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태양광에너지와 풍력에너지를 생산하기 좋은 호주 같은 국가에서 전기를 만든 뒤 이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수소운반선에 실어 일본으로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수소 사회 실현의 일환으로 일본은 2020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16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충전소 설립에 필요한 비용 중 약 80%를 국고로 지원한다. 일본 정부는 수소차 보급을 위해 수소차 구매 시 약 300만 엔 안팎의 보조금도 준다.

친환경차 산업은 시장이 형성되기 이전의 인프라 투자에서 승부가 난다. 제조사의 기술뿐만 아니라 정부의 인프라 조성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은 현대자동차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투싼ix’ 양산에 성공했지만 실적은 부진하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투싼ix는 240대, 미라이는 1000대가량이 팔렸다. 충전소 등 인프라와 소비자 의식 부족도 한계로 꼽힌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한 연구개발(R&D) 전략을 친환경차 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는 수소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스마트카 3대 과제에 R&D 지원이 집중됐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전기차가 갑자기 조명받자 기존 연료전지 연구 과제들이 축소되는 식의 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일사불란한 일본 정부와 달리 한국은 중심 컨트롤타워조차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소 충전소 구축 사업은 박근혜 정부까지 환경부 소관, 산업통상자원부 협조 구도로 진행됐지만 구축 자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도록 돼 있었다. 30억∼40억 원에 이르는 충전소 구축 비용 중 15억 원을 정부에서 보조하지만 선뜻 예산을 내놓고 부지를 확보할 지자체는 드물었다. 결국 충전소 보급이 부진하자 국토교통부가 나서 고속도로 휴게소와 연계해 민간 비용을 조달하고 부지를 확보하는 안을 내놨다. 부처별로 통합된 정책은 새 정부 들어서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6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은 일명 ‘자율주행법안’으로 불리는 ‘미래 자동차 혁명에서 안전을 강화할 연구·운행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별로 각각 달랐던 자율주행차 개발 및 시험운행 규제를 통일하고 자동차 제조사들의 자율주행차 운행 대수 한도를 회사당 연간 최대 10만 대까지로 대폭 늘렸다.

반면 국내에서는 자율주행차 산업을 여전히 규제 중심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자는 국토부 장관에게 운행기록과 주요 장치 변경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 사고 예방이나 문제 분석을 할 만한 경험이 쌓이지도 않은 단계에서 관련 데이터부터 일일이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잠정적 사업자에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필요한 규제를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 현장을 고려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임현석 lhs@donga.com / 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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