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델파이 오토모티브가 이달 14일부터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선보이면서 차량 센싱 기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델파이 오토모티브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기업인 인텔과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 전문기업인 모빌아이 등 세계 최고 기업과의 협업에 나섰다고 밝혔는데, 이 중에는 한국기업도 있다. 바로 차량용 센서 제조업체인 ㈜트루윈이다. 2006년 설립한 트루윈은 글로벌 시장에서 평가가 계속 높아지는 국내 기업 중 한 곳이다.
델파이 오토모티브가 트루윈으로부터 납품받은 부품은 엑셀을 밟았을 때 공기의 개폐 정도를 감지하는 TPS센서(엔진공기밸브 센서)다. 안전과 차량주행성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핵심 센서부품이다. 이는 트루윈이 2006년 창립 이래 과감한 기술투자를 통해 확보한 원천기술이기도 하다. 트루윈은 자동차 액셀러레이터 페달센서(APS), 브레이크 페달센서(BPS) 등 가변저항식 센서의 원천 기술력은 확보했다.
이 중 특히 APS의 경우, 포드와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현대차 미국법인과 거래할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전자식 인덕티브 센서(SLS) 역시 트루윈의 주력 상품이다. 트루윈이 개발한 센서는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나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압력을 감지해 자동차의 자동 출발이나 급발진·급제동을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관련 센서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전장용 센서는 개발비용이 많이 들고 연구개발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오늘날 사업화에 성공한 업체는 극소수다. 이 중 트루윈은 국내에선 유일하게 변위 센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센서의 설계와 공급이 모두 가능한 업체로 성장했다. 앞으로 트루윈의 제품을 찾는 글로벌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델파이 오토모티브의 자율주행기술은 BMW, 트란스데브와 협업을 통해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IT와 전장제품의 접목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루윈이 가장 기대를 거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적용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차량용 센서의 성능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반도체 기술력이 부품과 결합할 경우 낼 수 있는 시너지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트루윈이 적외선 이미지 센서(IR) 개발기업인 시리우스에 과감하고도 전략적으로 32억 원을 투자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IR센서는 생체 또는 각종 기계로부터 발생하는 열발생정보를 측정하는 제품으로 자율주행자동차는 물론이고 우리 생활 주변의 방범, 의료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트루윈 측은 “현재 반도체 표준 공정(CMOS)을 접목했더니 기존 가격 대비 20% 정도의 수준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또한 기존 트루윈에서 개발해 온 IPS(미세 변위 측정센서), EPS(전 범위 변위 측정센서) 등과 같은 센서를 표준화하여 상용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최근 관련 센서 등에 대한 유수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문의가 쇄도해 대규모 투자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실제로 해당 기업들과의 협업이 상당 부분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되고 이듬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중소기업 융합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트루윈의 기술에 대한 집념은 현재 업계와 정부, 시장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트루윈 남용현 대표 인터뷰▼ 4차 산업혁명기 ‘센서’ 중요성 더 커져… 10년 이상 보는 안목 필요
남용현 트루윈 대표는 대전 대덕특구의 기술중심 벤처를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중소·중견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줄 것을 당부해왔다. 4차 산업혁명을 주로 대기업의 영역으로만 보던 그동안의 인식을 뒤집은 것이다.
남 대표가 이끄는 트루윈은 최근 기술 중심 스타트업인 시리우스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면서 상장한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올바른 상생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주로 스타트업의 기술을 모방하거나, 핵심 인력만 빼가는 방식으로 상생에 역행하고 스타트업 성장을 찍어 누른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여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투자였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융합과 혁신입니다. 트루윈과 시리우스의 상생관계가 스타트업과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간의 새로운 협력모델로 자리 잡는다면 국가경쟁력도 한계단 더 끌어올릴 수 있죠.”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는 지금 자동차 센서 분야는 폭발 잠재력이 큰 영역으로 일컬어진다. 자율주행 기술의 공간정보 파악과 안전 확보에 필수적인 부품이기 때문이다. 센서를 ‘자동차의 눈’으로 볼 정도다. 지금부터 10년 앞을 내다보고 전략적으로 투자할 만한 사업영역이지만, 정부 차원에선 2년 내지는 길어야 5년 규모의 연구투자와 기간을 기대하고 있어 미래가치 실현에 어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남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연구개발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유일의 자동차용 변위센서 전문기업으로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며 “진입장벽이 높은 업계 특성상 트루윈의 역할이 각별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드문 기술혁신 벤처기업으로 대통령상을 받은 트루윈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잘 알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전도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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