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올반 미식회’ 가보니
말단부터 대표까지 자유 품평… 출시전 제품 맛볼땐 비장감까지
최성재 신세계푸드 대표(오른쪽)가 포크를 들고 비건 베이커리 시식평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딸 시집보내는 부모 심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제공
볶음우동 차례가 다가오자 연구원이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켰다.
“아이들이 좋아할 맛이네요.” 호평이 앞섰지만 방심은 금물, 이내 날카로운 지적이 뒤따랐다. “소야(소시지와 야채) 볶음우동인데 야채가 소스에 가려 잘 안 보여요.” 결국 노랑, 초록색 야채로 다시 만들어 보기로 결론이 났다.
8일 서울 성동구 신세계푸드 종합식품연구소 ‘올반랩(LAB)’에서 열린 ‘올반 미식회’. 신세계푸드의 식품 브랜드 ‘올반’과 이마트 가정간편식 ‘피코크’, 수제맥주펍 ‘데블스도어’, 해산물뷔페 레스토랑 ‘보노보노’ 등 신세계푸드의 신제품·메뉴 개발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출시 후 개선 사항까지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는 말단 연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함께 맛을 보고 자유롭게 품평을 한다. 이날은 90여 가지 제품이 미식회 테이블에 올랐다.
신세계푸드가 5월에 출시해 큰 인기를 끈 짬뽕군만두의 후속작을 놓고는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불맛 강도가 다른 A와 B 중에 어떤 것을 출시할지 의견이 갈렸다. 최성재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는 “A가 낫지 않냐”고 한 반면에 김기곤 FS담당 상무는 “먹다 보면 B가 덜 질릴 것 같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기존보다 2배 크게 만든 물만두를 놓고는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만두를 동결 건조해서 아예 라면과 팔면 어떠냐”는 제안은 바로 연구 과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출시 직전의 제품을 시식할 때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살충제 잔류 계란’ 파동 이후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비건(Vegan) 베이커리’가 이날 미식회의 주인공이었다. 비건 베이커리는 계란, 우유, 버터 대신에 두유, 베지터블 오일 같은 식물성 재료만을 넣어 만든 빵이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영국채식협회의 비건 베이커리 공식 인증을 받았다. 비건 베이커리는 20일부터 스타벅스와 스무디킹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비건 베이커리 중 하나인 ‘바나나 피칸 파운드’를 먹은 기자가 “버터를 넣은 빵이랑 똑같다”고 말하자 최 대표는 “일반 빵처럼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이 난다니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며 웃었다.
기자가 찾은 날 미식회에선 크리스마스를 약 4개월 앞두고 ‘크리스마스 케이크’ 라인업을 확정했다. 한 해 중 케이크류의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 케이크 프로젝트는 6개월 동안 진행됐다. 올해는 화려한 색감과 잘랐을 때 층층의 모양이 강조된 케이크가 선택됐다.
1995년 신세계백화점 급식사업부에서 분사한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처음 연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2, 3개월에 한 번씩 품평에 참여한다. 최 대표는 “제품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소통 경영으로 2023년까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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