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올 3분기(7∼9월)에도 국내 상장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2015년부터 꾸준히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추산한 결과 49조1053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이라 일단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239개사의 영업이익을 평균값으로 추산한 것이다. 매출액은 440조1896억 원, 순이익은 36조9855억 원으로 각각 추산됐다.
상장사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33조7072억 원)보다 45.68% 늘어난 것이다. 올해 2분기(4∼6월)와 비교해도 10.99% 증가한 수치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경우 국내 상장사들의 3분기 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3분기 실적 상승의 주역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부품 등 정보기술(IT) 업종이었다.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업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6.9%, 삼성전자가 포함된 휴대전화 및 관련 부품 업종의 영업이익은 172.7%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별로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장기 호황)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심이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는 14조2235억 원, SK하이닉스는 3조783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은행 업종의 이익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은행 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은 4조22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동차 업종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여파와 기아차의 통상임금 판결 결과 등 영향으로 실적이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기업 실적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수출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선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 여건이 좋아졌고, 국제 유가 등 국제 원자재 시장의 가격이 반등하면서 수출 단가도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 실적 개선이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전체 기업 경기를 왜곡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분석 대상인 239개 상장사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1조9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폭이 11.94%로 쪼그라든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실적이 집중된 일부 기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과거 수차례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로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외국인투자가들도 북한 리스크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긴장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금융시장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투자와 민간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홍 팀장은 “북한 리스크로 소비심리가 불안해지면 내수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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