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벤처 창업 열풍으로 인해 대기업의 인재 유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기술 인력들을 중심으로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창업하거나 벤처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핵심 인재의 이탈은 기업의 지식 자산이 외부로 유출되는 현상(knowledge spill-out)을 가속화시킨다. 하지만 항상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지식을 모기업 내부로 끌어오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이탈한 인재의 창업 활동이 모기업에 도움이 될까.
워싱턴대 연구팀은 미국 내 정보기술(IT) 산업에 속한 370개의 벤처기업과 41개의 대기업이 1990년에서 2006년 사이에 출원한 특허를 중심으로 실증 분석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동안 대기업이 특허를 출원하면서 벤처기업의 특허를 인용한 경우 벤처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지식 이전이 있었다고 가정했다.
연구 결과, 대기업은 자사 출신의 직원이 창업한 벤처기업의 특허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벤처기업의 창업가가 자신이 직면한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전 직장의 동료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경쟁사의 기술을 도용하거나 유용한 전례가 많은 경우 자사 출신이 창업한 벤처기업의 기술 지식을 활용하는 빈도는 급격히 감소했다. 창업가가 자신의 이전 직장이었던 대기업의 기술 도용 문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전 직장 동료들과 기술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을 극도로 제한하고 조심하기 때문이다.
핵심인재가 창업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손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보유한 사회적 자본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창업자들이 창업 후에도 이전 동료들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일종의 벤처 생태계와 대기업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사의 기술혁신 역량을 오히려 강화하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이 같은 핵심 기술 인력들의 활발한 이직이 오늘날 실리콘 밸리라는 생태계를 구성하고 혁신적인 기술변화를 이끌어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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